나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오늘 하루 종일 비 내리고 습기 가득해서 불쾌지수도 높으니 툴툴 시큰둥시큰둥하며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책을 펼쳐들어도 그다지 와닿지 않고, 의무적으로 시집을 꺼내들어도 마음에 와닿는 시 한 편을 못 찾고 말이다. '에이, 이럴 거면 오늘 하루는 그냥 건너뛰자.' 그런 생각도 했다. 마음에 와닿지 않는 시를 감상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 마음에 있었다. 마음에 들어오려고 하는 것을 다 튕겨낼 것이 아니라 붙잡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물론 그전에 나는 내 마음부터 달래야 했다. 그러고 나니 날선 마음이 부드러워지면서 눈에 들어오는 시가 있었다.
세상 살면서 나도 이런 눈을 갖고 싶다. '맘에 드는 시가 없어'라고 생각하다가 시 한 편 발견하고, '아무것도 쓸 게 없어.'라고 생각하던 순간에 그 모든 것이 소재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삶이 조금은 더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은 정호승의 「국화빵을 굽는 사내」를 감상해본다.
이 시는 두 번 세 번 감상하게 된다. 행간의 의미가 발견될 때, '엥?'에서 '아!'를 끌어낸다. 오늘 같은 날을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날이 있어서 내가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이 시 하나 건져낸 걸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