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방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

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by 호접몽

사람은 '어떤 물건을 소유하는가'로 자신의 성향을 드러낸다. 예전에 148인의 가방 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인 마이 백』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신이 먹는 음식을 알려주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노라고 역사 속 한 미식가는 말했다지만, 누군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사물이 있다면 역시 가방이 아닐까?"라고 책 속의 열한 번째 가방 주인 허윤선은 말한다.



사람은 작은 파우치 하나 들고 다니든 커다란 배낭을 꾹꾹 채워서 다니든, 자신의 소유물을 지니고 다닌다. 때로는 그 물건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누군가의 가방 속 물건들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조금은 더 알 듯도 하다.



예전에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책 『남자의 물건』을 읽었다. 저자의 전작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 도발적인 제목으로 화들짝 놀랐지만, 그건 '가끔'이었고, 아내는 남편과의 결혼을 만족한다지만 '가끔'이라는 이야기에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다음 책의 제목도 역시 신선했다. '혹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시원스럽게 해명해준다.



'여자의 물건'이라면 바로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목걸이, 반지, 가방, 구두, 화장품 등등. 그래서 여자들은 삶이 흥미로운 거다. 여행을 가도 남자들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볼 것도 많고, 이야기할 것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자의 물건이라면 도무지 떠오르는 게 없다. 대부분 잠시 당황하다가, 은밀한 곳의 '그 물건'을 떠올린다. 너무 서글픈 일 아닌가?
-『남자의 물건』 9쪽


그 책을 읽으며 『여자의 물건』에 대한 책도 발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덟 명의 여성들이 물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명의 책도 출간되었고, 『여자의 가방』이라는 책도 있었다. 『여자의 가방』은 프랑스 사회학자가 쓴 여자와 가방 사이에 얽힌 심리 이야기다. 가방 속 물건과 심리에 대한 글이라는 기획이 참신하다고 생각했던 책이다.



여자에게 가방은 달팽이집과 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달팽이집은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다들 안다는 것, 그리고 달팽이가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자의 가방은 작은 것, 큰 것, 단단한 것, 흐물흐물한 것, 어깨에 메는 것, 손에 드는 것, 딱 봐도 깔끔하게 정리된 것, 완전히 뒤죽박죽인 것 등 가지각색이다. 가방 안에는 세상 모든 감정이 담겨 있다.
『여자의 가방』 중에서


여자의 가방은 달팽이집과 달리 그 안에 어떤 것이 들었을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것, 안에는 세상 모든 감정이 담겨있다는 표현에 공감한다. '여자의 가방을 들여다보는 건 그녀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참신하지 않은가.



특히 '여자는 가벼워지기를 원하면서 모든 걸 다 갖고 다니길 원한다'라는 글에 남 얘기가 아닌 내 마음을 들킨다.



"가방을 가볍게 하려고 무척 노력하지만, 나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를 '만약의 경우'를 모두 생각하다 보면 필요한 물건을 더 넣게 되어요. 마실 것, 먹을 것, 약, 티슈."
따라서 이제 극복하지 못할 일은 일어날 수 없다. 롤로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삶의 모든 사건들에 대비해, 가방이 든든하게 그녀를 지켜주는 것이다.
『여자의 가방』 213쪽



나는 큰 가방 하나 들고 다닌다. 가방이 꽉 차든 빈 공간이 많든, 가까운 곳에 나가든 멀리 나가든, 늘 들고 다니는 가방을 가지고 다닌다. 안 그러면 지갑이든 열쇠든 뭐든 하나는 꼭 빠뜨리고 만다. 가방을 바꾸면 꼭 필요한 물건이 생긴다. 별로 필요 없는 듯해서 빼놓았는데 그러고 나면 필요해지는 그런 물건들이 있다.



그 책을 읽었던 당시에 나의 가방 속에는 차곡차곡 물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수첩은 큰 수첩과 작은 수첩이 다 들어 있었고, 볼펜은 세 자루나 들어있었다. 어디 나갈 때에는 책 한 권은 꼭 가지고 다녀야 했고, 선글라스와 휴지 등등 하루하루 조금씩 가방을 꽉꽉 채워나갔던 것이다. 가지고 다니면 활용도가 낮을 것이면서 없으면 불안한 그런 물건들은 나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없어도 상관없는 물건들이 언젠가 혹시 모를 상황에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일생에서 그런 날은 한두 번 정도는 꼭 생기기 마련이니까. 그러고 보면 가방 속 물건은 집에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과 닮았다. 가방 속 물건은 지금 나의 인생을 담고 있나 보다. "당신의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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