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곧 그 사람의 에너지다

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by 호접몽


예전에 이사를 앞두고 많이 비운 적이 있다. 처음에는 미니멀한 느낌이 좋았지만 그 감정이 오래가지 않았다. 무언가 좀 허전했다. 게다가 대화를 나눌 때 소리가 울리는 것은 영 거슬렸다. 집에는 적당히 가구도 있어야 하고 물건들로 채워져야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가구부터 처리했다가 난감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정리를 하다 보니 알겠다. 쓸데없는 것을 치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꼭 가지고 싶은 물건들로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집이라는 공간을 잡동사니로 채우지 말고,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당장은 필요 없는 물건들로 말고, 내 취향에 맞는 나만의 물건들로 채워나가면 좋을 것이다.



『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는 물건을 다루는 멋진 방법을 보여주는 빔스 BEAMS 직원 130명의 일상과 패션을 담은 책이다. 좋아하는 물건으로만 채우면 정리는 따라온다는 심플한 인테리어 법칙을 알려주는 책인데, 다른 이들의 공간과 물건을 보며 내 집도 편집하고 싶어서 읽어보았다.



좋아하는 물건에 둘러싸여 산다는 심플한 행복. 어릴 때 선물 받은 미니카, 수공예품, 좋아하는 옷…….
거기에는 만든 이와 그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의 생활이 깃들어 있다. 

-『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 중에서


'버리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버리고 나면 공허해져 무언가 다시 채우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너무'다. 정리는 물론 버리기가 기본이고, 이후에 공간 재구성을 거쳐서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을 재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관계든 물건과의 관계든 적당한 선을 지키는 데에 서툴러서 정말 소중한 것을 놓치기 십상이다. 인간 존재는 완벽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완벽할 수도 없지만, 그럴 필요도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완벽해지려 할수록 선택을 주저한 채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가 수없이 고민해온 만약의 가정이 무색하게 과거로 돌아간대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후회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후회란 지극히 당연하고 미래를 꿈꾸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만약이라는 전제로 자신을 괴롭힐 필요가 없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면 괜한 가정보단 마음껏 후회하고 나아가라. 그 편이 당신을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해 줄 것이다.

-『소란한 감정에 대처하는 자세』 182쪽



한동안 나를 괴롭히던 '그때 그러지 말걸'이 요즘에야 희미해지고 있다. 모든 게 다 후회스럽고 사람들도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수록 내 마음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후회를 할 때에는 후회를 해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정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리를 잘 못한다고 자책하기보다는 쿨하게 인정하는 편이 낫겠다. '그래 나 잘 못한다. 어쩔래?'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인정하고 '그러면 지금 내 상태에서 얼마나 해 나가면 좋을까?' 자신과 타협하고 새로 시작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니 말이다.



정리에 대해 생각할수록 다른 사람들의 정리가 아니라 나만의 방식을 고심하게 된다. 어쩌면 딱히 자신만의 취향을 내세우지 않고 '아무 거나'를 말하는 우유부단함이 정작 소중한 것들을 놓치게 하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건이 곧 그 사람의 에너지다'라는 말이 맴돈다. 어떤 물건에 둘러싸여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나의 에너지는 달라지니 말이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타인의 취향에 너무 끌려다닌 것은 아닌지,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냥 쓰고 있는 물건은 없는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물건들로 채우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진지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물건이 곧 그 사람의 에너지다
『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 중에서



나의 취향을 잘 모르겠으면 다른 이들의 집을 들여다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요즘에 누군가의 집에 가보는 것은 힘들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으로 또는 책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집을 채워나갔는지 살펴보며 내 공간을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물건이 곧 그 사람의 에너지'이니 말이다. 오늘은 나의 에너지를 내비치는 물건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물건들로 채우기 위한 단계를 밟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엌의 청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