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될 준비를 하면서 부모로부터 자유로워졌다.

by salti

임신 7개월. 아들은 아주 확실하게 자기 존재를 어필한다. 밤마다 발로 손으로 뱃속을 헤엄친다. 갑갑할까, 궁금할까, 재밌는 걸까. 나는 아직 모성애 같은 건 없지만, 배를 감싸고 걷고, 계단을 씩씩하게 오르지 않고, 넘어질까 봐 조심조심 걷는다. 지하철을 탈 때 난 항상 어떤 사고를 상상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가 있어요 소리칠 수 있을까? 상상하면서, 목소리를 큼큼 가다듬는다. 내 책임감이라기보다... 이 아인 나뿐이 아니라 남편도 사랑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 몸이 더 이상 오롯이 내 몸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아이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나는 어떤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는데, 그때마다 자신이 없어진다. 나는 내 부모만큼 나를 잃고, 포기하는 데 익숙해지고, 아이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나. 생각한다. 부모님에게 가졌던 섭섭함, 아쉬움, 미움 따위 보다. 내가 그만큼 할 수 있는가 생각한다.


부모가 될 준비를 하면서 나는 부모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부모님에게 가졌던 섭섭함이나 죄책감, 내가 부모님의 일부라는 생각,

어떤 복잡한 감정이나 생각도.


어느 때곤 가서 그저 기대고 싶다. 쉬고 싶다.

내가 이만큼 못 해도 괜찮다고, 그저 위로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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