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4- 송가인에서 김동률로 갈아탄 아버지

by salti

"아니, 요즘은 너네 아버지가 설거지를 할 때마다 발라드를 틀어둬서 좀 들을 만 해. 김동률 노래."


아버지와 김동률과 설거지? 허허. 전혀 안 어울리는 이 조합은 뭘까. 헛웃음이.

나는 아버지와 닮은 부분이 거의 없다. 생김새도 성격도 정말 다르다. 그래서 아버지의 급함이나 말투, 목소리가 부담스럽고 두려울 때가 많았다. 어릴 땐 보통 사람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버지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뭐, 어쨌든 그런 아버지와 내가 비슷한 점이 있는데. 영화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 물론 취향은 전혀 다르지만. 뭘 쓰거나, 쉬거나, 샤워를 하거나 노동을 할 때, 음악을 꼭 틀어놓는다. 어릴 적에는 같이 쉬는 날 아버지에게 TV를 뺏겨 내 음악이나 영화 취향은 밀렸지만, 스무 살 이후 아버지가 무서운 존재가 아닌 때부터는 내 음악이 아버지 음악 소리를 덮었다.


쿵짝 거리던 트로트를 틀어놓는 아버지에게 '소리 좀 줄여줘요!' 소리치고, 방 안에서 발라드나 인디 음악, 팝송을 틀어놓고 할 일을 하곤 했다. 내가 집을 나온 후부턴, 아버지의 음악이 집안을 마음껏 채웠고.


그런데 어제,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김동률 노래를 듣는다는 것. 아버지가 자발적으로 발라드를 듣는 건 정말,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엥? 왜 갑자기? 김동률?"

"맞지? 너 듣는 노래, 김동률 같은."

"??"

"니가 듣는 거라고, 틀어놓더라? 하여튼. 내일 뭐 해? 보러 갈까?"


그리움이 아버지의 음악 취향을 바꿨다.

순간 맘이 울렁했다. 하지만,


"응, 그래도 오지 말라 해. 눈이 이렇게 많이 왔는데, 무슨 운전을 하고 여기까지 와."


툭 내뱉고 마는 딸 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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