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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디노트 Aug 12. 2024

떠난 기차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기회를 놓치는 것과 기회를 잡는 것은 모두 나의 몫




부산으로 외근을 가는 길. 


새벽 5시 47 분에 동탄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5시 25분에 역에 도착했다. 


약 20분 이상 빨리 도착 한 셈인데, 새벽 시간에 20분이라면 꽤 많은 절제(더 자고 싶은 욕구 뿌리치기 등)가 필요한 시간이다 보니 나름 부지런했다고 생각한다. 







원래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사실 그간 나 자신이 범한 과오로 인해서 생긴 자세이다.


기존에는 기차가 5시 47 분에 떠난다면, 5시 43분, 45분 등 늘 촉박하게 도착하던 나였다.


멍하니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집에서 천천히 나간다면 그동안 게으름을 조금 더 부릴 수 있었고, 10분, 아니 단 5분이라도 더 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기차역으로 향하는 동안 생길 수 있는 변수는 생각하지 않고, 내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거라고만 생각하며 느긋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주는 만족감보다, 내게 주는 벌의 크기가 늘 더 컸다.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역으로 향하는 내내 마음을 졸여야 했고, 도착하고 나서도 플랫폼까지 헐레벌떡 뛰어야 했다. 조바심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많은 타입이라, 거기서 얻는 압박감은 두 배였다.


지금의 상황도 상황이지만, 기차를 놓쳤을 때를 상상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꽤 컸다.

그런 날이라면 기차역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내내 좌불안석이었다.


이 기차를 놓치면 어쩌나,

예정대로 외근지에 도착하지 못하면 어쩌나,

회사에는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까,

나는 왜 이럴까!


나의 불행을 피하고자 가능한 빠르게 가 달라며 죄 없는 기사님을 재촉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왜 이렇게 일찍 왔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일찍 도착하고 있다. 


떠난 기차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가야 할 곳이 분명히 있는데, 내 실수로 인해 그걸 놓치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작은 노력으로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것들이라면, 기꺼이 투자하는 것이 좋다.






기차를 통해서 느낀 생각이지만, 우리 삶에는 이런 요소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 같다.


기차, 비행기와 같은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관계나, 다양한 기회 역시 그렇다.

늘 그곳에서 날 기다려줄 것 같지만, 때를 놓치면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상대방이  날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나의 스탠스(Stance)대로 행동하거나, 지금이 아니라도 기회는 또 온다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소중한 순간을 안일하게 대하곤 한다.


하지만 한번 떠난 것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날, 나타날 때가 됐기에 나에게 찾아왔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 아니라, 우리를 기다려주고 있던 기회들이다.




그래서 이런 일들에는 시간과 정성을 투자할 필요가 있겠다.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떠나보내면 안 되는 것들 말이다.


놓치고 나서 후회하는 것 보다는, 당장의 소모가 있더라도 놓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자세이다.




기차역에 일찍 도착한 오늘. 피곤할지언정 마음은 편해서 남겨보는 글.

오늘을 교훈 삼아서, 앞으로도 안일한 마음보다는 조금 더 준비성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적당한 크기의 경각심을 가지고 사는 내가 될 수 있기를 -  



끝.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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