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간 하프마라톤을 준비했다.
러닝 클래스도 듣고, 나름 체계적인 훈련 플랜을 세워 그대로 실천했다.
첫 하프마라톤이라 경험이 없었기에, 내 추측보다는 객관적인 자료와 검증된 방식들을 따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7주간의 훈련 중 마지막 주가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대회를 앞둔 마지막 주간의 훈련 강도가 가장 강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 주간의 훈련은 가장 단순하고 가벼웠다.
길어야 10km 정도를 뛰는 수준이었고, 대회 1~2일 전에는 거의 뛰지 않다시피 했다.
이유를 찾아보니, 성장은 훈련 그 자체보다도 회복과 휴식의 과정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오히려 하프보다 긴 거리를 미리 뛰어놔야 대회날 21km를 무난하게 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코멘트는 반대였다.
대회 직전에는 휴식에 집중하고, 평소보다 잘 먹으라는 조언이 많았다.
이게 맞나 - 하며 반신반의하면서 따라해봤는데, 역시 전문가의 조언이 옳았다.
휴식 덕분에 체력도 많이 충전됐고, 마음도 한결 안정됐다.
내 얘기를 잠시 꺼내자면, 나는 평소 편하게 쉬지 못하는 편이다.
쉬는 동안에도 왠지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고, 뭔가를 더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휴식이 사치라는 생각을 종종했다.
그런데 그 주간만큼은 푹 쉬고 잘 먹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대회 날.
휴식 덕분인지 예상보다 훨씬 좋은 기록으로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기록이라 더 뿌듯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이 들었고, 그동안의 고된 훈련이 한순간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하프마라톤을 뛰고 자신감이 꽤 붙어 있었는데, 곧 위기가 찾아왔다.
대회 이후 회복 러닝을 해보려는데, 10km는커녕 2km만 뛰어도 너무 힘들었다.
처음에는 대회를 막 마쳐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4~5일이 지나도 고관절이 아프고 다리가 계속 무거워서 좀처럼 뛸 수가 없었다.
무리해서라도 더 뛰어봐야 하나 싶었지만, 의지와는 다르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억지로 밀어붙이는 대신 다시 휴식을 택했다.
그렇게 대회를 마친 지 7일째 되던 날, 이제는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아 다시 러닝을 해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충분히 쉬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잘 뛰어졌다.
2km도 버겁게 뛰었던 터라 걱정했는데, 막상 10km를 꽤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었다.
그때 다시 한번 느꼈다.
진짜 성장은 휴식에서 나온다는 것을.
러닝 뿐만이 아니라 모든 운동이 동일하다.
운동을 하면 근육은 자극을 받고, 그다음 회복하는 과정에서 더 단단해진다.
몸을 계속 몰아붙인다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 뒤에 회복이 따라와야 비로소 성장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휴식을 사치처럼 여겼다.
쉬면 뒤처질 것 같다는 생각에 내 자신을 계속 움직이게 하려했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수면 시간에도 꽤 인색한 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의식적으로 잠을 더 자려고 한다.
자는 동안 그날 배운 것들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자는 동안 뇌는 중요한 내용은 더 안정적으로 남기고 덜 중요한 정보는 지우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충분히 자고 나면 덜 피곤한 것을 넘어서, 그날의 경험이 더 오래 남고 기억력이 더 또렷해지게 된다.
수면 시간을 줄이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나도 그 이유에서 수면시간을 늘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시간 안에서의 집중력과 효율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결국 더 많은 시간을 썼는데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차라리 충분히 쉬고, 짧은 시간에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하게 됐다.
개인의 삶, 일, 관계 속에서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아진 요즘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휴식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진짜로 성장하는 시간은, 어쩌면 가장 열심히 달리는 순간이 아니라 잘 쉬고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열심히 일한만큼, 스스로에게 충분한 휴식을 선물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