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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

by mindful yj

어느 날 산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나의 최애 음식인 떡볶이를 한 봉지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지금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을 다녀올 수 있는 건강한 신체를 지녔고, 먹고 싶은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돈이 있다.


내가 매일 먹고 싶은 음식이 소고기가 아니라 김밥이나 떡볶이여서 다행이다. 나의 취미가 쇼핑이 아니라 등산과 요가여서 다행이다. 알고 보니 나는 정말 소박한 사람이었다.


작년쯤 온라인으로 비폭력대화 수업을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벌써 기억이 흐릿하지만 선생님이 가장 가보고 싶은 곳에 있는 행복한 나를 상상해보라고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과 그 순간을 이야기 나누는데 누군가는 바다가 보이는 비싼 리조트, 유럽 같은 곳을 이야기했는데 나는 그저 가방에 김밥 한 줄 챙겨서 산 정상에 앉아 바람을 맞고 싶다고 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소박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난 자주 시간을 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을.


집으로 돌아와 개운하게 씻은 뒤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며 떡볶이를 먹는 순간 아, 이게 행복이구나 하는 느낌이 올라왔다.


그 어느 때보다 나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요즘인데 책을 읽다가도 같은 내용을 발견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사람이 행복을 느낄 확률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내가 스스로 삶을 통해 느낀 발견들을 책에서 확인하면 정말 공감이 되고 재미있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나다움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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