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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한 기후와 우리나라 패션

by 심상보

우리나라는 아직 사계절이 뚜렷하다.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은 덜 춥고 봄가을이 짧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사계절이 분명하다. 하지만 패션기업의 매출 구조는 확실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가을·겨울 시즌 매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여름 매출이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간절기 매출은 줄어들고, 고가 아이템 중심의 겨울 매출도 예전만 못하다. 물론 여전히 고급 제품군은 가을·겨울 시즌에 많이 판매되지만, 캐주얼이 대세인 요즘에는 여름 티셔츠류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겨울 시즌의 판매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따뜻한 겨울로 인해 헤비 아이템의 수요는 줄어들고 이러한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앞으로 기후의 변화는 모두가 예상하듯, 여름이 길고 겨울은 짧고 따뜻해지며 간절기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여름 의류의 판매가 상대적으로 늘어나겠지만 기온 상승과 변화무쌍한 여름 날씨가 가져오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도 패션 제품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더운 나라에서는 정장이 잘 팔리지 않는다. 폭염과 불쾌지수 높은 날씨는 포멀웨어 착용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갑작스러운 폭우는 잘 차려입은 옷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능성 의류, 특히 통기성, 속건성, 방수 기능을 갖춘 제품이 대세를 이루며 계속 성장할 것이다.

기후를 콘셉트로 한 브랜드는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다. 이는 단지 트렌드가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쾌적함과 품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반영한다. 지금 아웃도어가 어려운 이유는 "밖으로 나가는" 상황만을 전제로 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아웃도어 브랜드는 서울에 북극 같은 날씨가 와도 끄떡없는 다운을 파는 브랜드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어필했지만, 지금은 그런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의 호응을 받지 못한다. 아웃도어 브랜드에 방수기능이 있는 상품은 많이 있지만 사람들이 아웃도어 브랜드의 아이템을 비 오는 날 입는 옷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한번 머리에 각인된 브랜드의 이미지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의 기후에 대응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브랜드가 탄생한다면 새로운 클래식이 될 수 있다.

만약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브랜드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패션 브랜드 이미지를 좀 더 강조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방수 기능이 없는 중고 의류에 방수기능을 추가하는 수선을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선은 기장 수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두꺼운 안감을 없애 시원한 아이템으로 탈바꿈하게 하거나 무거운 디테일을 제거해서 판하게 입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바꿀 수도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업사이클링에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버려진 옷을 단순히 찢어 많은 노동력으로 그런지 패션을 만드는 것만 업사이클링으로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기후 환경에 맞는 실용적이고 감각적인 업사이클링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크테릭스의 리버드서비스 센터, 발수처리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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