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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이 패션산업에 줄 영향

by 심상보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이 패션산업에 적용되면 산업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지금까지 패션산업은 ‘생산-판매-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일방적인 구조였다.


EPR이 도입되면 판매 이후 폐기까지 제조자가 책임지게 되는 순환구조가 된다.


이는 단순히 환경규제의 강화 차원을 넘어서, 패션산업의 운영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 제품 설계, 유통 시스템, 소비자와의 관계까지 모든 분야에 변화를 요구한다.


가장 큰 변화는 패션기업이 판매 이후에도 판매 제품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제품이 구매자에게 전달된 시점에서 기업의 책임이 종료되었지만, EPR이 적용되면 제품이 폐기되는 순간까지 책임이 이어진다. 이에 따라 브랜드와 제조업체는 제품의 수거, 재사용, 수선, 재판매, 재활용 등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연장된 책임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품 기획부터 고려해야 할 사항이 추가로 발생한다. 제품은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내구성을 높이고, 쉽게 분해되며,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제작되어야 한다.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하지 않으면 판매 이후에 발생하는 책임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복합 소재 사용, 복잡한 장식, 화학적 후처리 등 재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은 지양될 것이다.


"물류>판매자>구매자"에서 "구매자>판매자>재활용 물류>제조자"로


생산자의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은 물류-판매자-구매자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구매자-판매자-재활용 물류-제조자로 이어지는 추가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이런 구조를 원활히 관리하기 위해 DPP를 활용한 제품 추적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구매자는 소비하고 버리는 소비자에서 제품을 사용하고 잔여가치를 제조자에게 돌려주고 보상받는 사용자로 역할이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는 구매한 제품이 재판매, 재활용될 수 있도록 생산자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으며, 폐기할 때도 원활한 수거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배출할 의무가 생긴다. 구매자와 브랜드는 제품의 사용과 관리를 공동으로 수행함으로써 브랜드의 참여자로써 역할이 더욱 강화되고 관계도 단단해진다.


EPR의 시행은 기업의 비용을 가중시키는 세금의 한 종류가 아니라 패션산업을 순환경제로 편입시키기 위한 제도다. EPR의 시행이 환경에 긍정적이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지만 더불어 브랜드와 구매자의 관계를 강화시켜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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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s://duytanrecyc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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