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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세일의 사업의 적임자는?

by 심상보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핵심 해법 중에 하나는 리세일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옷을 중고로 구매하는 것이 아직 어색하다. 어떤 사람이 입었던 옷인지,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다는 것, 진품인지 확인이 어렵다는 것 등이 소비자가 중고 의류를 구매하기 어렵게 하는 이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히스토리를 가장 잘 아는 브랜드가 리세일에 직접 관여해야만 한다.


브랜드는 제품의 판매 수량과 판매 후 소비자 반응으로 제품의 장단점을 알 수 있으며, 수선이나 AS의 기록도 갖고 있기 때문에 리세일을 하기에 가장 적당한 기관이다. 리세일은 리세일 전문 기업이나 업사이클링 또는 재활용 업체에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품의 디자인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기관들은 제품의 특성을 이해하기 힘들고 제품에 사용된 자재를 추가로 사용하거나 대체재를 찾는데 어렵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리세일을 하기 어렵다.


단순한 중고 의류를 판매하는 것은 중고 의류 유통 전문기업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때도 브랜드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중고 판매를 할 수 있다. 중고 유통 기업은 수거된 의류를 분류하고, 세탁하고, 간단한 수선 후 판매를 하게 된다. 하지만 업사이클링이 포함된 리세일은 중고 유통 기업에서 할 수 없다. 또한 의류의 수거와 진품여부도 중고 유통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DPP의 사용이 보편화된다면 가능할 수 있지만 모든 의류 제품에 DPP가 부착되고 그 제품이 중고로 유통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제품의 수거와 진품여부에는 브랜드의 관여가 필요하며, 특히 업사이클링 제품을 재판매하는 것은 브랜드가 수행해야 제품의 효용성을 최대한 지킬 수 있다.


리세일 사업은 아웃도어 브랜드 위주로 활발히 진행 중이며, 대표적인 사례는 파타고니아의 원웨어(Worn Wear)와 아크테릭스의 락 솔리드(Rock Solid) 등이 있다. 파타고니아는 수선한 파타고니아 중고 제품을 따로 판매하는 원웨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의류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입무는 옷을 최대한 오래 입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소비자는 옷을 잘 관리하고 수선해서 최대한 오래 입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크테릭스의 락 솔리드 프로그램은 중고 제품을 가져오면 새 제품을 구매할 때 20%까지 할인해 준다. 노스페이드의 리누드(RENEWED) 프로그램은 총 세 단계를 거쳐 수거된 제품을 재판매한다. 먼저 의류를 세탁하는 ‘Washed up’ 과정, 두 번째 손상된 부분을 수선하는 ‘Tuned up’ 과정, 마지막은 판매 가능여부를 체크하는 ‘Back at it’ 과정을 거쳐 판매된다. 사용한 제품을 매장에 반납하는 소비자에게는 노스페이스 제품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10 크레디트를 지급한다.


아웃도어 이외의 브랜드에서도 리세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 홍보로 사용될 뿐 제대로 운영되지는 않는다. 특히 한국에서는 진출해 있는 해외 브랜드의 리세일 프로그램도 생략하거나 조기에 중단되는 사례가 많다. 아직 리세일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아주 짧은 기간 내에 모든 브랜드는 리세일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아크테릭스 롯데월드몰 플래그십 스토어에 리버드 서비스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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