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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지 않더라도 진짜를 인정하는 사회

by 심상보
장사를 하려면 어디서 본듯한 걸 만들어서 팔아야 잘 팔린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것 같은 디자인도 90%는 이미 알고 있는 어떤 형태에 조금 색다른 조합일 뿐이다. 기억은 조금씩 바뀌고, 주변 상황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약간 다른 것들도 새롭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카피한 제품은 잘 팔린다. 카피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90%는 카피라는 사실을 모른다. 카피라는 것이 의심 가더라도 증명하기는 어렵다. 의류인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카피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카피한 제품으로 일가를 이룬 브랜드는 세상에 없다. 그런데 그 분야에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카피한 제품으로 돈을 번 사람은 아주 많다. 카피를 하면 형태가 익숙하고, 남이 한걸 보고 만드는 것이니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진짜 보다 훨씬 좋을 수도 있다. 가격도 싸고...... 이놈의 가격!! 요즘은 무조건 싸야 팔린다.


판매가격과 퀄리티의 경계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잘팔리고 이익이 남는다. 선택의 경계에서 진짜의 가치를 찾기는 불가능하다.


디자인을 하면서 끊임없이 고통스러운 것은, 오리지널을 만들면 팔기 어렵고 카피를 하면 잘 팔린다는 사실이다. 장사를 해야 회사도 굴러가고 직원들 급여도 줄 수 있으니 카피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나 만연한 이런 상황에서 뭐가 오리지널이냐고 따지는 순간 바보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모두가 인정하지 않고,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사실은 사실이고 진짜는 진짜다. 그리고 그걸 인정할 줄 아는 사회가 멋지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패션을 하자고 하면 모두가 돈이 많이 들고, 사람들이 사질 않으니 지금은 할 수 없다고 한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환경이냐는 소리도 여러 번 들었다. 그런데 뭐가 올바른지는 우리 모두 다 알고 있지 않나? 카피를 해서 돈 많이 버는 건, 모두가 그러고 있으니 그렇게 하셔도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진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되어야 우리 사회에 미래가 있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패션이 지금 당장 돈을 벌어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면 누군가 노력하는 사람은 인정해 줘야 한다.


고집스럽게 리싸이클 원단 개발에 매달리고, 업사이클링을 위해 작은 사무실에서 오만 시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 되는 일'이라고 현자처럼 말하지 말고, 그냥 좀 사줘라! 그래야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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