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식화(Flat Sketch)
패션 포트폴리오는 '무드보드'와 '스타일화', 그리고 '도식화'가 한 개의 섹션을 만드는 기본 요소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콘셉트로 디자인할 것인지 정리하고, 콘셉트에 따라 스케치를 하고, 스케치를 실물로 만들 도식화를 그리는 것이 패션 디자인의 기본이기 때문에 패션 포트폴리오에도 이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도식화다.
도식화는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나타낸다. 패턴은 어떻게 뜨고, 어떻게 봉제해야 하고, 자재는 무엇을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일종에 설계도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도식화를 잘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들도 스타일화는 열심히 그리지만 도식화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도식화는 샘플지시서를 작성하거나 메인 작업지시서를 꾸밀 때 사용한다. 학생시절에는 자기가 직접 샘플을 만들기 때문에 정확한 샘플지시서를 작성할 필요도 없고, 작업지시서는 더더욱 만들 필요가 없다. 그래서 도식화에 대한 중요성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실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그림은 스타일화가 아니라 도식화다. 그리고 도식화는 생산에 관여하는 여러 사람이 모두 같은 결과를 예상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그려져야 한다. 생산을 해외에서 하게 될 경우라면 도식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때문에 패션 포트폴리오에는 도식화가 반드시 들어간다.
도식화는 패턴의 축도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도식화 만으로 패턴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봉제방법도 알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도식화는 실물과 똑같은 밸런스로 그려야 하고 사용하는 선은 일정한 규칙이 있다.
도식화에 사용되는 선은 외곽선, 봉제선, 스티치선 이렇게 3가지를 사용한다.
때에 따라 4가지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3가지 선만 사용해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며, 시각적으로 분별도 쉽다. 외곽선과 봉제선은 굵기에 차이를 두어 그림 내부에서 에지(edge) 선과 봉제선이 구별되도록 한다. 외곽선이 가장 두껍고 봉제선과 스티치선은 같은 두께에 선 종류만 다르게 그린다.
도식화의 형태는 캐주얼과 드레스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다. 캐주얼한 아이템은 바닥에 펴놓은 모양이나, 옷걸이에 걸쳐 벽에 기대어 놓은 형태로 그린다. 드레스는 입체적이며 옆에 디테일이 많고 대칭이 아닌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입체적인 표현을 위해 바디에 입혀놓은 모양을 상상하며 그린다. 소재에 따라서 약간 구부러진 모양이나 셔링을 스케치처럼 표현하기도 하지만 실제 절개선이나 봉제선과 확실히 구별이 가도록 그린다. 앞 뒤 도식화에서 표현되지 않는 옆면과 세부도면은 별도로 작성한다. 디테일한 치수와 봉제 방법을 함께 작성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어깨너비, 소매둘레, 팔길이, 총장에 대한 치수 말고 다른 설명이 없이도 디자인이 설명되도록 그려야 잘 그린 도식화다.
핀터레스트나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도식화는 상당 부분은 실제로 사용할 수 없다. 특히 좀 더 멋지게 보이려고 그린 그림 같은 도식화는 실무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에는 약간의 그림 같은 요소를 넣기도 한다. 칼라나 텍스처 또는 약간의 그림자와 주름의 표현 정도를 해주면 좀 더 시각적인 효과가 있다. 그래도 도식화는 최대한 실물과 같게 그려야 한다. 요즘은 일러스트 작업이 일반화되어 스티치 선의 개수도 정확하게 그릴 수 있고, 단추나 부자재는 정확한 스케일로 표현할 수 있다.
패션 포트폴리오를 수강하는 학생은 졸업작품전을 마친 4학년들이다. 당연히 도식화를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여러 번 작성해 봤다. 이전에 작업한 포트폴리오에 스타일화나 사진은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도식화는 대부분 다시 그린다. 졸전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여러 번 수정 작업을 했기 때문에 처음 그린 도식화가 완성된 작품과 많이 다르기도 하고, 대부분의 도식화가 색깔 뺀 스타일화처럼 그려져 있어서 도식화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다시 작업을 한다. 졸업 작품은 드레스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바디에 입혀놓은 형태의 도식화를 그려야 한다. 이미 작품이 있는 경우, 바디에 좌우가 대칭이 되도록 작품을 반듯하게 정리해서 입히고, 사진을 찍어 그대로 도식화를 그린다. 그리고 사진에서 잘 보이지 않는 봉제선과 스티치선을 그려 넣으면 복잡한 졸업작품도 도식화로 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