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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패션 포트폴리오 작성하기

by 심상보

패션 포트폴리오는 갖고 있는 디자인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다. 갖고 있는 자료가 너무 많으면 적당한 분량으로 자료를 정리해야 하고, 너무 적으면 자료를 보완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자료의 분류'가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가장 처음 할 일이다.


학생들에게 포트폴리오에 넣을 자료를 정리해서 가져오라고 하면 대략 세부류 정도의 성향을 보인다.


먼저, 모든 자료를 다 갖고 오는 학생들이다. 1학년 시절부터 작업한 모든 자료를 다 가져오는 학생들은 자기가 해온 작업에 모두 만족해서라기보다는 어떤 것도 그다지 자신 있지 않아서 다른 사람의 판단을 원하는 경우다. 누군가 자신의 것을 판단해 주길 바라면서, 한편으로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유형으로 가이드를 잘해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부류의 학생은 아주 최근에 작업한 한두 가지 결과물만 가지고 오는 경우다. 이 학생들은 스스로 저학년 때 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느끼는 학생들이다. 자신의 작업 결과물이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하고 이미 어느 정도 정리도 되어 있다. 하지만 마지막 결과물도 그다지 만족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포트폴리오의 콘셉트를 잘 잡아 새로운 포맷으로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


세 번째 부류는 지금까지 해온 작업이 모두 만족스럽지 않아 어떤 자료도 포트폴리오에 넣고 싶지 않다는 학생들이다. 계속 발전하는 젊은 시절이니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포트폴리오만을 위해 여러 섹션을 새로 작업할 수는 없다. 그리고 새로 작업한다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도 높지 않다.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포트폴리오 수업 방식은, 교수가 예시를 보여주고, 적절한 틀을 정해주면 그것에 맞춰서 채워 넣을 수 있길 바란다.

이건 요즘 세대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어떤 규칙에 따라서 결과를 만들고, 공인된 공정한 기준에 따라 평가받길 바란다. 사실 디자인에 공정한 기준이 있을 리 없고, 남들과 같은 방식의 틀이란 것은 디자인의 목적과 정반대의 방향이다. 그렇지만 졸업장과 수많은 자격증, 평가 점수 등 오만 스펙을 요구하는 사회에 반드시 맞춰야 하는 어떤 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학생들의 잘못은 아니다.

그래도 패션 포트폴리오 수업인데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 고민해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먼저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원하는 방향에 따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디렉션을 한다.


첫째

학창 시절 마지막으로 개인 작품을 만들고 제작과정을 포트폴리오에 담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콜랙션을 만들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가장 이상적인 포트폴리오가 된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부족하다.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한 학기에 혼자서 2~3벌 이상의 작품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작품의 숫자가 적으면 자신의 콘셉트를 보여주기도 힘들고, 사진 자료도 풍부하지 않아 효과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없다. 그래도 새로운 콜랙션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 아이디어 정리부터 제작과정을 리얼리티를 살려 차근차근 비주얼 자료로 만들도록 가이드한다. 학생들은 아이디어 발상부터 실제 제작에 들어가지 이전의 과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작품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제작과정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좋다. 대신 제작과정은 완성된 상황이 아니므로 포트폴리오에 사용할 자료를 얻기 위해, 계획적으로 과정마다 사진 작업을 준비하고 중요한 포인트에 사진 자료를 꼭 남기도록 한다. 잘 정리된 제작과정과 결과물은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작품을 만들어 가는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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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수업을 하면서 만든 결과물과 수업과 별도로 작업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포트폴리오로 정리하는 경우다. 당연히 최근에 한 작업이 완성도가 높다. 그리고 시간과 비용을 많이 투자한 작품이 완성도가 높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결과물은 졸업작품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자신의 졸업작품 만족해하지 않는다. 처음 시작할 때 생각했던 것과 결과물이 많이 바뀌어서이기도 하고, 팀작업을 하다 보니 자신의 의지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노력한 작품이 학생 시절에 없기 때문에 졸업작품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것은 좋은 결정이 아니다. 졸업작품을 중심으로 다른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정리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조금씩 성격이 다른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3가지 섹션으로 자료를 나눠야 한다.


처음 섹션은 중간 정도의 디자인 강도와 완성도를 갖고 있는 자료를 배치한다. 가운데 섹션은 가장 잘된 자료를 배치한다. 마지막에는 평범하지만 완성도가 좋은 자료를 배치한다.


이렇게 배치하는 이유는 검토자가 포트폴리오를 볼 때 의식의 흐름에 따라서 정리하는 것이 좋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검토자가 처음 섹션에서 흥미를 느끼고 전반적인 스타일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처음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포트폴리오를 대충 보거나 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처음에 흥미를 느꼈어도 중간 부분에 디자인의 강도가 처음보다 약해지면 전체적인 느낌이 약해질 수 있으므로 중간에 가장 디자인과 완성도가 좋은 작업을 배치한다. 첫 장에서 흥미가 생기고, 중간 장에 놀라움이 있었다면, 검토자의 머릿속에는 '이 사람이 대중적인 작업은 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그래서 마지막은 안정적이고 대중적인 작업을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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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학생이 갖고 있는 자료가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경우는 모자란 부분을 채워서 전체적으로 풍부한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디자인력이 뛰어나지 않은 경우에는 디자인 작업만으로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자기가 다양한 방면에서 패션에 대한 감각이 갖고 있다는 것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기존의 작업을 업데이트하고 사용한 프로그램을 표기하는 방법이다. 특히 요즘은 AI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작업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AI 프로그램을 이용한 작업물이 포함되면 검토자에게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다. 또는 서치나 분석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온라인상에 많은 정보가 돌아다니지만 정보를 해석하고, 원소스를 찾아 근본 원인을 분석하는 능력은 어느 파트에서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SNS에 유명한 사람의 페이지를 그냥 가져오거나, 누구나 써치가 가능한 자료를 분석 없이 나열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람이 할 필요는 없는 세상이 되었다. AI를 이용해서 얻지 못할 자료는 없다. 감각이 있는 사람이 AI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자료에 대한 '나름의 해석'이다. 같은 자료라도 시선에 따라 다르게 분류하고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효과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갖고 있는 실력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시선을 갖고 자료를 분류하고, 보완하고,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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