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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보 Apr 11. 2021

쓰레기로 새것을 만들 수 있을까?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까?

쓰레기로 만들었는데 잘 팔리는 가방이 있다. 프라이탁(FREITAG)!

프라이탁은 버려진 트럭 방수천과 폐차의 안전벨트를 재료로 만든 가방이다. 그러니까 쓰레기로 만든 가방이다. 그래서 더럽고 냄새도 난다. 심지어 비싸다. 그런데 힙한 브랜드로 알려지면서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들고 다닌다.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만든 패션 브랜드 중에서 프라이탁은 가장 성공한 사례다.

쓰레기는 못 쓰게 되어 버린 물건이다. 그래서 쓰레기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현세대는 지금까지 쓰레기라고 했던 것들을 다시 사용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야만 하는 패션계는 쓰레기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마법이라도 부려야만 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런데 프라이탁이 마법을 부렸다.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까'란 의문에 프라이탁은 명쾌한 해답을 준다. 프라이탁은 폐기물 중에서 디자인에 적합한 부분을 선별하고, 세척 과정을 거쳐 제품 한 개씩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각각 다른 목적으로 프린팅 된 트럭 방수천 사용하므로 각각의 프라이탁 제품은 유일한 그래픽 형태를 갖는다. 따라서 전 세계 모든 프라이탁 매장에는 같은 제품이 한 개도 없으며, 팔고 나면 더 이상 같은 제품은 나올 수 없다. 튼튼하고, 유일하며, 독특하고,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최고에 패션제품이 아닌가? 쓰레기였는데 ……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첫 번째, 남아있는 제품의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사용기한이 다했지만 누군가는 더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중고제품 거래를 통해 제품의 사용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폐기물 중에 일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프라이탁처럼 원래는 자동차나 자전거의 일부분이었지만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다. 폐기물 중 일부가 새로운 제품의 재료로 사용되므로 폐기물을 줄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세 번째는 가공을 통해 폐기물을 원재료화 하는 것이다. 이렇게 얻어진 원재료는 자연에서 얻어진 원재료와 같은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모든 폐기물을 원재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방법이 폐기물 양을 줄이고, 자연에서 채취되는 원재료의 양을 줄일 수 있지만, 폐기물 일부를 사용하거나 원재료로 가공해서 사용하는 경우는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자연에서 원재료를 채취하여 가공하는 것보다는 높다. 따라서 새로운 원재료를 사용한 제품보다 재활용 재료를 사용한 제품이 더 비싸다.

재활용 재료를 사용하여 기존의 제품보다 상승한 가격폭은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겠다는 소비자가 자신의 신념으로 지불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어야만 판매 가능성이 있다. 만약 가격 상승폭이 소비자의 신념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다면 소비자는 그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느끼는 신념의 가치는 각각의 독립적인 제품에 한정하여 계산되지 않는다. 제품을 만든 회사의 윤리적 이미지가 소비자의 수용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겠다고 갑자기 페트병으로 옷을 만들고, 친환경 마케팅을 해도 소비자가 호응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패션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회사가 지속 가능한 윤리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 가치는 페트병으로 옷 몇 벌 만들었다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장기간에 걸쳐 실천해온 지속 가능한 제조방법과 윤리적인 경영, 회사가 제시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실천 계획과 실적, 그리고 진실성, 신뢰성 등 소비자가 인정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제조 회사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제품은 훌륭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이어야 한다. 아무리 친환경 제품이라도 디자인이 별로라면 패션 제품의 가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프라이탁과 파타고니아 등 친환경 브랜드가 가치를 인정받고 높은 가격으로 팔리는 이유는 제품의 물질적 가치 이외에 브랜드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신념에 대한 공감이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신념에 공감하는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구매하고 사용함으로써 자기가 주장하는 신념을 표현한다. 그래서 환경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드러낼 수 있도록 브랜드 로고나 시그니처 스타일이 명확하다. 만약 프라이탁과 파타고니아의 제품 로고나 시그니처가 명확하지 않다면 소비자의 구매를 끌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프라이탁과 파타고니아는 로고가 브랜드의 친환경 신념 그 자체다. 소비자는 친환경 브랜드를 구매함으로써 친환경에 기여하고 공정하고 신뢰성을 갖춘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념은 점점 더 확고해질 것이다. 미래에 패션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지속 가능한 방식의 설계와 생산을 실천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대중보다 먼저 환경을 위한 제품을 생산하고 디자인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브랜드는 곧 사라질 것이다.

프라이탁은 쓰레기로 만들었지만, 튼튼하고, 특별하고, 멋지다! 그리고 비싸게 팔린다. '쓰레기를 재활용한다!'가 프라이탁의 모든 가치는 아니다. 소비자는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훌륭한 회사가 멋진 프라이탁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비자는 프라이탁을 구매하면서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확신한다.

쓰레기로 새것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소비자와 함께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마법이다.

이것이 새로운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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