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좀 안 할 수가 있으면 좋겠다, 하고. 힘이 들 때는 그런 생각이 먼저 온다. 늘 말이 괴롭다. 이미 한 말이 돌아와 한숨이 되고 이제 해야 할 말들 앞에서 막막해진다.
생각같아선 열흘 정도 휴가를 내고 묵언수행을 한번 했으면 한다. 오래 한 생각이다. 한적한 시골마을 게스트하우스에 방을 잡고 근처 절간이나 무밭을 산책하며 조용히 있고 싶다. 주머니엔 펜과 종이를 가지고 다녀야겠다. 그걸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소통을 할 것이다. 아 말을 못하는 사람인가, 하고 생각하겠지. 혹은 뭐 이런사연 저런사연 요즘엔 희한한 사람들이 오가는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누가 만약 내게 말을 걸면 그저 빙긋, 웃어보이려 한다.
물론 열흘이나 자릴 비울 순 없다. 앞으로도 그렇겠지. ...그럴까? 그렇겠지.
그저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