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는 큰 규모의 공원마다 여러 개의 놀이기구들을 설치한 놀이동산이 존재한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대성산에 위치한 대성산 유원지를 비롯해 만경대(만경대 유희장-개선청년유희장), 능라도(능라도 유원지), 모란봉, 문수거리(문수 유희장) 등에 유희장이 있어서 휴일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유원지의 하루
북한영화 중에는 이 대성산유원지 유희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도 있다. <유원지의 하루>(1978)라는 제목의 코미디 영화이다. 대성산 유원지는 1959년 설치된 조선중앙동물원이 들어선 곳으로 평양에서 경치가 뛰어나다고 이야기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주변에는 고구려 시대 성곽을 비롯해 대성산혁명렬사릉 등 유적지와 기념시설들도 들어서 있다.
동물원과 식물원 등이 자리하던 유원지 안에 놀이기구를 설치해 유희장이 조성되었다. 이 영화는 1977년 설립된 대성산유원지 내에 유희장을 소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야기는 북한에서 종종 만들어지는 남녀 간의 사랑과 결혼을 소재로 두 집안사람들이 엉뚱하게 만나 오해하게 되고 티격태격하다가 오해가 풀어지고 양가 가족들이 결혼을 축하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 최초의 코미디 영화인 1957년 작 <우리 사위, 우리 며느리>와 비슷한 구도의 영화이다.
남자의 아버지 역의 김세영, 여자의 시누이 역의 정미숙
남자의 어머니와 여자의 오빠가 두 사람을 엮어주기로 하고 대성산유원지에서 선을 보기로 한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선을 보는 걸 미리 알고 그걸 피하기 위해 집을 나가 데이트를 하는데 공교롭게도 그곳이 대성산유원지이다. 남자의 어머니와 여자의 오빠는 선을 볼 사람들이 도망을 치자 상대 쪽 남자, 상대 쪽 여자라도 만나보려고 약속 장소인 유원지로 간다. 집에 남은 남자의 아버지, 여자의 시누이는 두 남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결혼 약속을 못하게 막으러 대성산유원지로 간다. 그러니까 모든 가족들이 대성산유원지에 모이게 된다. 자연스럽게 사람이 많은 유원지에서 동선이 얽히고 얼굴을 모르는 상대 가족끼리는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친절에 감복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엮어주려던 남녀가 사실은 사랑하는 연인관계였다는 것이 알려지고 가족들도 이들의 사랑을 축하해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의 목적이 유희장을 소개하기 위해 만들다 보니 놀이기구나 유원지의 여러 곳을 소개하는 장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영화 속 배역들은 넓은 유원지에서 사람을 찾기 위해 대관람차를 타기도 하고, 잘못해 꽃을 밟아서 관리인에게 발각되는데 관리인의 눈을 피해 도망친 곳이 범퍼카를 타는 곳이다. 그 외에도 등장인물들이 다양한 놀이기구들을 타게 되는데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곳 유원지의 다양한 놀이기구들을 전시하듯 볼 수 있다.
두 집안사람들이 오해를 풀고 한자리에 모여 남녀 주인공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마지막 장면
코미디 영화이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볼만하다. <우리 집 문제> 시리즈의 주인공 우편국장 역을 맡았던 김세영이 남자의 아버지 역으로 등장하며, 여자의 오빠 역으로는 <피바다>, <한 자위단원의 운명>에도 출연했고 <민족과 운명-이인모 노인 편>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북한의 뛰어난 배우 중 한 명인 정운모가 연기했다. 여기에 여자의 시누이로는 <사과 딸 때>, <로동가정>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공훈배우 정미숙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