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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언 Aug 21. 2021

조선예술영화촬영소를 소개합니다.

북한영화 이야기 25.

북한에는 영화 촬영소들이 여러 곳 있다. 가장 먼저 1947년 국립영화촬영소가 만들어졌다. 1958년 무렵 이 촬영소가 조선예술영화촬영소와 조선기록영화촬영소로 분리됐다. 그리고 전쟁영화를 전문적으로 만들기 위해 조선인민군 2.8영화 촬영소가 만들어졌다. 그 외에 아동영화, 과학영화 등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영화촬영소들도 설립되었다. 이중 북한 영화를 대표하는 곳은 조선예술영화촬영소이며 이곳은 관광지처럼 외부인들에게 개방된다.      


보람찬 우리 생활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들에게 영화촬영소는 아주 흥미로운 장소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제작하는 것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다수 있다. 할리우드 고전영화들 중에 무성영화시대에서 유성영화시기로 전환되는 192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영화가 대표적이다. 이와 비슷한 영화로 무성영화로 만들어서 화제가 된 <아티스트>도 있다. 일본 쇼치쿠 오후나촬영소 창립 50주년 기념작인 <키네마의 천지> 역시 영화촬영소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중에서는 윤여정을 비롯해 여러 명의 배우들이 등장한 <여배우들>이 영화촬영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더 오래전에 만들어진 영화 중에는 김수용 감독이 만든 <어느 여배우의 고백>이라는 영화도 있다. 프랑스와 트뤼포의 <아메리카의 밤>이란 영화는 이런 류의 영화의 대표이다.      


배우단 단장인 김룡린과 김세영(좌), 세트장에 들어가 구경하는 시골에서 온 남자의 아버지와 여자의 어머니(우)

북한영화에도 영화촬영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있다. 1970년대 중반 조선예술영화촬영소가 새롭게 단장된 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람찬 우리 생활>이가 바로 그 영화이다. 이 영화는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서 배우활동을 하는 자식들의 배우자감을 만나러 온 어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넓은 촬영소에서 헤매면서 실내 세트장, 편집실, 녹음실, 야외 세트장 등 촬영소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영화이다. 시골 사는 부모님이 평양으로 올라온다는 설정은 <우리 사위 우리 며느리>와 아주 유사한 작품이면서 <유원지의 하루>처럼 촬영소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데 중점을 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 시골에서 올라온 할아버지는 북한 인민들이 가장 사랑했던 배우 김세영이 맡았다. 그외 조선예술영화촬영소의 실제 배우들이 엑스트라로 등장한다. 예컨대 촬영소 단장으로 출연하는 배우는 실제 당시 촬영소 배우단 단장인 김룡린이 맡았다. 그는 북한의 미남 배우의 대명사로 <이름 없는 영웅들>이라는 첩보영화로 인기 있었다. 그 외에도 <우리 집 문제>의 한길명(한길자)을 비롯해 김연실, 손병옥 등 북한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스치듯 등장한다. 또한 <사과 딸 때>, <처녀 지배인>, <두 유가족>의 주인공들을 맡았던 배우들이 노래연습을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등 당시 북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배우들이 단역으로 나와 소소한 재미를 준다.      


김정일 준 김일성 시계를 바라보며 감동 받는 김세영


1975년에 인민배우가 된 김세영은 수많은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아 북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물해준 배우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시계에 관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김세영이 남한에서 수감생활 중 생긴 손목의 상처를 보고 김정일이 김일성 사인이 들어있는 손목시계를 상처를 덮으라며 건내 준 일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 김세영의 아들이 김일성 사인이 든 시계를 차고 있는걸 알고 그가 감격에 겨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김세영의 일화를 영화적으로 녹여 낸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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