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상언 Aug 26. 2021

예술영화 "다시 찾은 이름"

북한영화 이야기 29.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북한영화들을 보면, 직접적으로 항일유격투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도 많고, 간접적으로 그것을 묘사한 영화들도 있다.     

 

다시 찾은 이름


보통 일제강점기 배경 영화들에서는 지주의 악행과 고통 받는 소작인들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일반적으로 일제와 지주의 탄압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유격대원이 되는 내용이 전형이다. 이런 전형과는 다르지만 유격투쟁이 언급되지 않는 영화들도 드물게 찾아 볼 수 있다.      


1963년 제작된 영화 중 전운봉이 연출한 <다시 찾은 이름>이 있다. 이 영화는 지주와 자본가들이 얼마나 야만적으로 사람들을 착취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얼마의 빚을 이유로 아이를 납치하다시피 훔쳐 가고 그 어머니가 찾을 수 없도록 이름도 이화에서 순비로 바꿔 버렸다. 광복이 되고 새로운 사회가 열리면서 당의 배려로 자신의 잃어 버렸던 이름과 어머니를 30년 만에 다시 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조선영화에 실린 화보


광복과 더불어 이름도 되찾고 어머니와 재회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보니 제목도 <다시 찾은 이름>이다. 이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빚 때문에 팔려간 아이의 고생스러운 이야기가 주가 된다. 시골 지주 집으로 팔려간 어린 아이는 1년 동안 힘들게 일하고 있다. 납치당한 딸이 그 집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어머니가 아이를 찾아오게 된다. 그런데 그 지주는 딸 아이를 숨겨놓고 어디 심부름 보냈다고 둘러대면서 엄마를 만나지 못하게 한다. 다음에 돈을 가져오면 아이를 주겠다고 약속 후 어머니를 돌려 보낸 지주는 더 비싼 값으로 그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린다. 그렇게 되어 헤어진 모녀는 30년 가까이 만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순비는 팔려간 더 큰 부잣집에서 10년간 뼈 빠지게 일한다. 부모처럼 돌봐주던 아주머니가 병에 걸려서 죽으려 할 때 머리카락을 잘라서 약을 지어주는데 그걸 지주가 보고 자기 약탕기를 썼다고 약을 던져버리기도 한다. 여기에 지주의 아들이 아버지 돈을 훔친 걸 그 집에서 일하는 칠성이라는 청년에게 누명을 씌운다. 이렇듯 지주의 여러 가지 악행이 영화를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지주 역을 맡은 심영


자연스럽게 이 영화는 일제강점 시기와 광복 이후의 삶이 대비되어 보여진다. 일제가 패망하자 귀중품을 챙겨서 도망가려는 지주들의 모습, 광복 이후 토지개혁이 실시되어 자신의 땅을 받는 기쁨, 글을 배우고 학교를 다니면서 새로운 시대에 혜택을 고루 받는 모습이 앞서 20원의 빚 때문에 팔려와 돈도 하나 받지 못하고 종처럼 일하던 비참한 모습과 대비 된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이 영화에는 스태프와 배우 이름이 들어있는 타이틀이 삭제되어 있다. 아마도 영화를 만들었거나 출연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숙청되어 수정된 것으로 추정된다.그럼에도 몇 가지 자료를 보면 시나리오는 라중흥, 연출은 전운봉, 촬영은 정봉추가 맡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얼굴이 확인되는 배우들을 보면, 어머니 역으로 삼천만의 연인이라 불리던 문예봉이 나오고, 지주 역은 심영이 연기했다. 심영은 과장되지 않은 아주 얄밉고 음흉한 지주의 모습을 아주 아주 능숙하게 연기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나리오 작가 김승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