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지막 이야기
아무래도 이 이야기의 마지막이 되겠죠?
사랑이는 무럭무럭 자라 백일을 맞았습니다. 사랑이 표정에서 가끔 열매가 보여요. 둘이 이목구비는 정말 비슷한데 분위기는 많이 다릅니다. 열매는 의젓한 첫째 모습이라면 사랑이는 애교 많고 장난기 있는 둘째 느낌이에요. 이제는 웃으며 열매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사랑이에게 열매 언니에 대해서 말해주기도 해요. 아직 알아듣지는 못하지만요 ㅎㅎ
늦은 육아를 하다 보니 깨닫는 것이 많습니다.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더 성숙해야 해서 이런 일을 만들어줬나 싶기도 하고요. 피곤하고 힘들 때마다 얼마나 바라던 일이었나 생각하면서 버팁니다. 그래도 벅찰 때도 있지만요... 저의 육아가 곧 사랑이의 인생이니,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다 보니 헤어진다는 것이 그리 큰일이 아닌 것 같아요. 어디서 살아가느냐가 다를 뿐, 늘 함께 있는 거잖아요. 육체적으로 떨어져 있을 뿐이지 우리는 가족이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죠. 사후세계가 정말 있는 거라면 우리는 또 각자 살아가다가 하늘에서 만나면 되는 거니까... 같이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인생은 유한하고 우리가 겪은 이별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에요. 억겁의 시간 속에서 잠시일 뿐이죠. 다시 만났을 때 꼬 옥 안아주려고요. 우리의 첫사랑은 너였다고.
열매도 나름대로 자기만의 계획이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열매의 뜻이라면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으니까요. 나중에 만나면 물어볼게요.
저는 제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포기할 수 있었는데 이 시간을 견디고 결국 둘째를 낳았다는 게 너무 대견합니다. 그리고 다들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어도 당사자가 아니면 이 마음을 절대 모를 거예요. 남편과 함께 꼭 손잡고 같이 이겨내세요. 둘이면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태어난 게 더 나아.
하루밖에 못 살았어도 남들처럼 오래 살지 못했어도 태어나서 행운인 거야.
엄마 품에 푹 안겼을 테고 아빠와 눈을 맞추었을 테니까.
세상에 너의 존재를 알렸고 지구의 바람, 우주의 벌, 기쁨과 슬픔들, 뭔가 한 가지라도 네 손으로 만진 것이 있을 테니까.
뭔가 한 가지라도 네 마음에 담은 것이 있을 테니까.
동화책 <산다는 건 뭘까? 중에서>
열매도 하루라도 살다 갔으니 그게 더 나았겠죠? 분유도 먹어보고 기저귀도 차보고 배냇저고리도 입어보고요. 벌써 곧 열매의 2주기가 돌아와요. 사랑이 손잡고 언니 보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