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를 잘 보내주려면

by 연상은

지난 글을 읽고 동생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우리한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비록 짧긴 했지만 그래도 오래 안 아파줘서 고맙다고, 우리한테 와준 게 어디냐고 했다. 열매 덕분에 삶에 대해 많이 배우고 느꼈다고 한다.


무서운 단어라 입에 올리기도 싫지만 열매는 폐동맥 고혈압이었다. 거의 모든 후기를 다 봤는데 모두 다 무사히 살아 돌아온 얘기뿐이었다. 그래서 우리 아기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야 깨닫는다. 이렇게 안 좋은 상황이 되면 후기 같은 건 쓸 수도 없구나. 누군가가 올린 폐동맥 고혈압 글에 우리 아기는 이것 때문에 하늘나라에 갔다고 쓸 수가 없다. 그 사람들의 희망까지 앗아가 버릴 순 없잖아. 그래서 결국엔 다 괜찮아졌다는 이야기뿐이다. 그런 사람만 댓글을 달 수가 있으니까.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받아들여야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안다. 그러나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이었기에 납득이 가지 않아서 매일 그 병에 대해 공부했다. 그리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란 곳에서 열매랑 같은 케이스의 아기의 심의사례를 보게 됐다. 아기들이 폐동맥 고혈압으로 사망했다는 사례가 꽤 있어 놀랐다. 병원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이걸 시작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더 솔직히 아니었으면 좋겠다. 평생 누군가를 원망하며 살아가기는 너무 괴로워서... 그래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하면 전문가들이 이 사건을 한 번 더 봐주니까 확실히 알고 싶어 조정 신청을 하게 되었다. 사망은 얼마, 장애는 얼마.. 정도의 보상을 해준다. 아이를 잃었는데 돈 따위가 무슨 위로람. 그렇지만 이렇게 해서 명확히 알아야 난 열매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의무기록사본을 다 떼어다 놨다. 시간별로 정리되어 있는 부분을 꼼꼼히 읽어봤다. 혹시나 놓친 부분이 있진 않았을까, 누군가의 실수로 벌어진 일은 아닐까.


(다시 서류를 열어보고 싶지 않아 기억에 의존해 씁니다.) ‘보챔‘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인다. 산소포화도도 오르락내리락했는데 찾아보니 많이 낮은 수치였다. 어른인 나도 잠시만 숨이 잘 안 쉬어져도 힘든데, 그 신생아가 얼마나 가슴이 답답했을까. 그래서 보챘을까, 다른 데가 더 아팠을까... 보채는 아기를 한 번도 달래주지 못했는데 앞으로도 해줄 수가 없다. 그걸 읽으면서 가슴이 미어졌다. 그리고 복잡한 서류를 작성하는 내내 눈물이 났다. 내 자식이 이렇게 되었다고 아주 아주 자세하게 그걸 내 손으로 적어야 한다. 그 과정은 아주 길고 길어서 약 7개월 정도에 걸쳐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되었다. 가끔 잊고 지내는 때도 있었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때도 있었다. 결론은 불가항력 의료사고였다. 모든 조치를 적절히 취했음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신기하게 모든 일이 거의 끝나갈 때쯤 열매가 처음으로 꿈에 나왔다. 열매가 “엄마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라고 했다. 잠결에도 까먹지 않으려고 외고 또 외웠다.


그리고 우리는 이사를 하기로 했다. 새로운 곳에서 희망을 찾고 싶었다. 우리가 할 일은 이제 하나뿐이다. 열매를 다시 만나기 위해 준비하는 것.


<엄마를 사랑해서 태어났어> 중
keyword
이전 06화열매가 떠난 후 한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