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를 두고 돌아오는 길

by 연상은

저번 글을 보고 울었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열매야.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너를 기억하고 사랑하고 있어. 그러니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 많이 많이 사랑해


집에 오니 아기 물건들이 싹 정리되어 있었다. 우리가 열매 물건을 보고 슬퍼할까 봐 가족들이 다 정리해 주시고 갔다. 조리원에 갔다가 11월에서야 셋이 돌아오는 상상만 했는데 나흘 만에 둘이 돌아왔다. 조리원도 가지 않기로 했다. 거기서 아기들의 모습을 보고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몸조리를 해야 하는데 하고 싶지가 않다. 사람들이 따라간다는 말을 하던데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았다. 따라가면 열매랑 같이 있을 수 있잖아. 우리 딸이 외롭지 않게 같이 있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 둘은 일단 억지로라도 살아보자고 했다. 열매가 바라는 건 우리가 여기서 행복하게 사는 거겠지 싶어서. 지금은 만나도 내가 당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우선 살기로 했다.


집에 와서 자책을 많이 했다. 입원하러 갈 때 열매 방에 유모차랑 아기 침대가 배송 온 박스 그대로 있었는데 그게 많이 후회됐다. 열매 방을 제대로 만들어주고 정리하고 갔다면 우리를 떠나지 않았을까. 내가 방도 하나 정리를 못해줘서 그런 게 아닐까. 열 달 동안만 매일 건강하라고 그래서 딱 열 달만 건강했나. 왜 그렇게 지었을까. 다 내 잘못 같았다.


남편이 긴 휴가를 내고 같이 있기로 했다. 엄마도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있어줬다. 모든 가족들이 우리 집에 들러 우리랑 시간을 보내줬다. 가족들에게 상처를 남긴 것 같아 괴로웠다.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왜 뜻대로 되지 않는지... 하루가 너무 길어서 뭘 하며 시간을 보낼지 막막했다. 낮에는 집 앞에 숲 속을 오래오래 걸어 다녔다. 햇빛도 쐬고 물소리도 듣고... 생각보다 날이 참 따뜻했다. 열매가 퇴원할 때 추울까 봐 두꺼운 겉싸개를 준비해 갔는데 이 날씨면 필요가 없었겠구나 생각도 하고. 열매 참 좋은 계절에 태어났구나 생각도 들고.

어둠은 또 힘든 생각을 몰고 와서 밤이 오는 게 두려웠다. 어둠 속에서 열매 사진첩을 뒤적거리며 울다 잠들었다. 멀리멀리 별을 보러 다녀왔다. 그리운 사람들이 별이 되어 빛난다던데 이렇게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니. 그중 별 하나가 유난히 잘 보인다. 그 별이 열매라 생각하고 열매별이라고 정해줬다. 열매별을 정하고 나니 우리 집에서도 잘 보인다. 세상의 모든 어둠은 별에게로 가는 길이라더니 열매별이 있어 이제 어둠이 더는 무섭지가 않다.


이 때의 사진만 봐도 가슴이 아리다

어떻게 하면 괜찮아질 수 있을까. 아니 괜찮아질 수는 없겠지. 어떻게 하면 좀 살아질까. 그러다 문득 우리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카페에 글도 찾아보고 수소문도 해봤다. 그 사람들이 아픔이 지나간 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 너무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접 연락도 해보고 이야기도 나눠봤다. 모르는 사람한테 어떻게 갑자기 연락을 했는지 지금 정신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지만 그때의 난.. 몇 번이고도 그럴 수 있지.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 글을 읽으면서 불쌍하고 안 됐다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불행을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말길... 남의 아픔에 마음 깊이 같이 해줄 수 있기를.


열매는 나비동산에 있다. 그곳은 사산한 아기부터 열두 살 미만의 아기들만 모여있는 곳이다. 열매가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거기로 선택했다. 우리는 여전히 나비동산에 자주 간다. 사랑이가 좀 더 크면 같이 언니를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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