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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상은 Aug 12. 2020

아빠가 너무 부러워요.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법


 우리 아빠는 어딜 가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스타일이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웃게 만들고 재밌게 해 주려 애를 쓰신다. 어린 마음에 그게 부끄러울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적절히 맞장구친다.


 다른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그랬다. 그러니까 그냥 가만히 지나가는 법이 절대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의자를 뒤로 젖혀 나를 스릴 있게 만들거나, 화장실에 있으면 불 끄기.. 이 정도는 예사다. 티비를 보고 있으면 갑자기 “상은아!”하고 부르시고 날달걀을 던지기도 했다. 그 덕에 나는 슈퍼 캐쳐다. 어디서 뭐가 떨어지고 날아와도 진짜 잘 잡는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아빠 때문에? 덕분에? 즐거운 비명 소리가 가득했다.


 아빠는 건장하고 멋진 경찰관이셨고 작년 이 맘 때쯤 정년 퇴임을 하셨다. 2년 전, 아빠가 계시는 경찰서에 홍보대사를 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아주 뿌듯한 일이기도 했지만 우리 가족에게도 정말 소중한 순간이었다. 아빠는 퇴근 시간마다 경찰서에 울려 퍼지는 내 목소리를 들으며 웃으며 집에 오셨다.

2018년 아빠와 나

 아무튼 아빠는 경찰을 하기엔 끼가 너무 넘쳤었나 보다. 내가 어렸을 적 아빠는 ‘개그맨보다 웃긴 경찰관’이란 수식어로 꽤 많은 방송에 나왔으며 심지어 우리 가족의 일상을 촬영하는 프로그램까지 찍었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많은 사람들이 아빠를 알아봤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생활을 지속할 수는 없었고 아빠는 은퇴만을 손꼽아 기다리셨다. 은퇴를 하면 방송을 꼭 다시 하고 싶다고 말하곤 하셨다.


 내 결혼식에서 신부는 가만히 있는데 아빠는 하트를 날리며 입장했으며, 성혼 선언문을 낭독했을 땐 글씨가 작아서 안 보인다며 (내 생각엔 분명히 짜 온 개그다.) 하객들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주례 말씀을 해주실 때도 내 눈엔 아빠가 긴장한 게 보였는데 하객들은 칭찬 일색이었다. 결혼식 후 많은 분들이 아빠 멋지다고, 너무 재밌으시다고.. 나에 대한 이야기보다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은 것 같다...^^

 

 그 모습을 보고였을까?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아나운서라는 꿈을 꾸게 되었는데 티비에 나오는 아빠의 모습이 썩 멋져 보였나 보다. 아무튼 내가 티비에 나오기 시작한 후 아빠는 본인이 출연한 것보다 더 좋아하시고 뿌듯해하셨다. 나도 덩달아 신나서 더 열심히, 더 많은 곳에 나오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요즘 아빠가 너무 부럽다. 은퇴한 지 1년 만에 고정 자리를 꿰찼으니 말이다. 심지어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일주일에 한 번 스튜디오, 한 번은 현장을 나가며 이틀을 아주 바쁘게 살고 계신다. 심지어 방송국이 우리 집과 불과 5분 거리여서 종종 아침을 같이 먹고는 한다.

 “아빠, 말을 천천히 해보세요.”

 “아빠, 카메라 렌즈를 봐야죠!”

모니터링도 열심히 해주는 딸이다.


 아빠가 바라던 것처럼 방송에 출연하셔서 너무 기쁘다. 엄마는 아빠가 맨날 쇼핑하러 가자고 한다며 걱정을 하지만... 난 그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이고 너무 부럽다! 아마 이 글도 굉장히 좋아하실 것 같다.


 여러 책들을 읽으며 나도 그 책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를테면 <경애의 마음>에서 ‘경애’라든가 <데미안>에서 ‘싱클레어’라든가.. 아빠를 보면, 아빠 인생의 주인공은 아빠임이 확실하다. 바라는 일은 꼭 이루고 그 일도 멋지게 해내는 주인공. 나도 아빠처럼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도록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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