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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놀부며느리 Mar 20. 2021

조혈모세포 골수 기증을 결심했다

아픈아이 살리기위해  내것을 나누기로한  진짜마음

오랜만에 글을쓴다. 오늘은 조금 무겁지만 가벼운맘으로 글을쓴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살면서 늘 생각했던것을 글로 남기려하니 너무 부족한 인간인 나를 조금 응원하게 된다.


내 것을 나누기로 한 것.

쉽지만 어려운 결정이었다.


대학시절

막연히 생각하고 싸인했던 기억을 잠시 잊고 지냈다.

"나는 죽을때 다 기증하고 갈거야"


그냥 습관처럼 했던 말 앞에 조혈모세포 기증자가 되는 것에 싸인 한번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대충 설명을 듣고, 내 싸인이 아픈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것만 이해했던 것 같다.


내가 나눌 수 있으면 내가줄 수있는걸 나누겠다고..

그렇게 사인한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주기적으로 협회에서 책자가 날아왔지만

당장 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또왔구나.."

그냥 대충보고 던져둔 책..


오늘은 좀 자세히 보려고한다


이 책에는 나누는 사람들

나눔을받는 사람들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찬찬히 살펴보면..

주는이도 받는이도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나도 이제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나누는 사람이 되려고 하니 조금 마음이 이상하다.

골수기증 일치 소식을 12년만에 받았기때문에 가능한일.

사실 아직 연락받은 것 이외에 결정된것은 아무것도 없다.

1차 검사에서 완전한 일치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아무리 기증하고싶어도 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니까.


어쨋든 평일 오후, 전화기 불통나게 일하고 있던 내가 전화를 받지 못하자

엄마에게 연락이 갔고 엄마는 다급히 전화가왔다.

기증하기로했냐며...




나는 바로 담당코디네이터와 통화를 했다.


언제 어떻게 기증하며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내가 사전에 준비할것은 무엇이고..

어떤 검사를 진행하는지..

상세하게 안내받았다.


조혈모세포 기증의 결심은 싸인한번에 쉽지만

이후 일치하단 연락을 받고나서는

꽤나 많은 생각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전화한통으로 '네, 기증할게요'라고 대답하기엔

우리가 놓여있는 현실이 그리 심플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것이다.

사전에 주사를맞고

피를뽑고

검사를하고..

그리고 2박3일을 입원해 기증준비를 해야한다는것을...

자세히 듣고 보니 동의와 협조를 구해야 할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회사의 협조와

가족의 협조

그리고 이해를 구해야하는 상황.


잠시 주춤할수 밖에 없었다


혈액에는 몸안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는 적혈구,외부의 감염과 싸우는 백혈구,상처를 입었을때 출열을 막아주는 혈소판이  있습니다.

조혈모세포는 바로 이 세가지 세포를
만들어내는 어머니 세포입니다


당장 나는 이 안내서를 읽고나서는
유튜브영상을 찾아보았다


이것 저것 여러 안내가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 말이 기억에남았다


기증을 결심하고 난 이후 마음을 바꾸면
환자가 사망할 수 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 부모님께 말을해야할까?

- 일정은 어떻게 빼지?

- 남편은 허락할까?


생각끝에 남편에게 가장먼저 알렸다.


여보, 나 아픈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랑 뭐가 일치하다고 기증을좀 해달래..


남편은 잠시 고민에 잠기더니 이것저것 찾아보고는

이 기증이 위험한것이 아니며 좋은 의미로 누군가를 도울수있다는것에 찬성하며 기증하기를 추천했다.

그래, 역시 우리 남편~! 브라보.


다음은 부모님,

가볍게 가족톡에 상황을 알렸는데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친정아버지는 절대안된다고

안된다고하라고...

니몸도 약한데 무슨 기증이냐구...

그래. 나도 잘 알고 있다. 내 몸이 그리 튼튼하지 않다는걸.


시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나는

이미 마음이 기증하겠다고 결심하고있었다.

이유는 뭘까?


전 날 내가 기증하게되면 어떤분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건지 물었다.

당연히 누군지 알려줄 수 없지만 그냥 어린남자아이라는 이야기는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아들이 만약 아픈데, 내것은 일치하지 않고 기증자를 기다려야 하는 부모가 바로 나라면?

나는 정말 하늘이 무너질것 같다는말이 어떤 느낌인지 이 상상만으로 대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어려움들은 잘 모르겠고, 기증을 결심했다.


나는 엄마다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

그 아들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며 결정한 일.

우리 친정엄마의 한마디를 기억하며,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 어쩌면 내 나이가 되어서는 돕고 싶어도 못 돕잖아.
지금 니가 할수 있는 일. 꼭 해.





조혈모세포 골수기증, 놀부며느리 답게

씩씩하게 그렇게 준비해야지.



내 마음 담아 보내는 짧은 메시지.


아가야. 기도할게.

이모가 꼭 너랑 100% 일치해서 나눌 수있길.

이제 편안히 기다렸음 좋겠어.


그리고 어머니

힘내세요. 꼭 제것이 맞았음 좋겠어요.

그냥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안타깝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잖아요.



골수기증 검사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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