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라는 표현이 맞을까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가실 수 있게 되었다.
요양병원도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자리가 있어야 하고
병원에서 할머니를 받아줘야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에 첨으로 알게되었다
할머니가 요양병원으로 가던 날
나는 아빠에게서 '자유함'을 느꼈다
아빠는 동네를 편안하게 산책했고
집앞 헬스장에 갔으며
평소 즐겨보던 티비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외갓집 식구들과의 모임에도 아빠가 함께 가고
주변 사람들도 하나 둘 만나면서
우리는 그렇게 할머니에게 미안하지만 아빠의 선택에는 너무 고마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이틀 정도 지났을까....
'엄마, 어디야?'
'병원 ㅠㅠㅠㅠ'
'병원은 왜??'
'할머니가 다시 요양병원에서 일반 병원으로 오게 됐어... 일단 나중에 통화하자'
나는 엄마와 전화를 끊고
도대체 무슨일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할머니가 돌아서면 주사기 바늘을 뽑고 또 뽑고 하는통에
팔이 퉁퉁 부었는데 그 상황이 본인들 병원에서 일어난게 아니라
이전 병원에서 부터 시작된 것이니
다시 일반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고 오라는 거였다.
그런데 사실상 엄마아빠는
요양병원에서 할머니를 감당할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고
치료를 다시 하고, 그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냥 다른 요양병원을 알아보자는 이야길 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병원 교대생활이 시작되었고,
할머니는 어느정도 회복이 되어 가는 듯했다.
너무 약해진 할머니를 고모와 삼촌이 보러 왔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때가 마지막 사진이다.
할머니 생전의 마지막 사진이 병원이 된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할머니는 너무 괜찮아 지는 듯했다
피부도 고왔고, 다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이제 더이상 아빠의 몸상태 때문이라도 집으로 오실 수 없으니
퇴원을 하면 요양병원으로 가는게 맞다는 가족들의 판단이었다.
할머니는 결국 집에서 그렇게 멀지않은 다른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가는 과정에서 엄마아빠는 아무생각없이 할머니를 차에 태웠다
차라리 병원차를 탔으면 119를 사설이라도 이용했으면
할머니가 당연히 병원으로 가는줄 알았을텐데....
엄마차에 태웠다고 했다.
아이고, 고맙다. 너무 고맙다
할머니는 창밖의 맑은 하늘을 보며
울 엄마손을 잡고는 고맙다고 또 고맙다고 몇번을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길은 집으로 가는길이 아니었고, 병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집과는 정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며
할머니는 아무리 치매를 겪고 있어도
지금 가는 길이 집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를 챘다.
그렇게
할머니는 울고 불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고.
내가 살면서 무슨 죄를 지었길래 나를 이렇게 가두냐고,
나를 버리냐고... 울고불고 ㅠㅠㅠㅠㅠㅠ
그 상황에 있어보지 않은 나도 이야기만 들어도 너무 힘든데
엄마아빠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빠는 할머니를 모셔드리면서도 울고
엄마는 할머니를 차에서 내려드리면서 울고
그렇게 서로 아픈 마음만 가득가지고 집으로 와서 또 울었다고 했다
그렇게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정말로 가버렸고
집에는 엄마아빠 둘만 남았다.
이제는 정말 아빠의 치료에만 전념해보자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2주쯤 흘렀을까.
요양원에 할머니가 얼마나 있을까.
병원밥먹고, 그렇게 사는 것도 정말 힘든 인생이다.
뭐 이런생각을 솔직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연락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