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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과장 Apr 14. 2020

배달의 민족의 진짜 주인은?

배달의 민족 수수료가 얼마나 부담이었길래

지난 번의 글(유니콘들이 추락한다)에서 말씀 드렸듯이 배달의 민족에 관해 말씀 드려보겠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배달의 민족은 선거 이슈를 제외하고 가장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10일전에 MBC에서 배민 수수료 인상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배민에 대한 비난은 어마어마 했습니다.


배민을 불매하겠다면서 배민 앱을 삭제하는 사람도 생겼고, 지자체가 주도해서 배민에 맞설 수 있는 배달앱을 만들겠다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얘기했던 내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요기요에게 회사를 매각하더니 바로 수수료를 올리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라고 하더니 우리나라 민족은 아니였네"


두 질문 중 밑에 있는 질문부터 한 번 얘기해볼까요?


배달의 민족은 어느 민족일까요?


배달의 민족하면 언론에 늘 노출되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배민의 지분을 요기요에게 매각하면서 바로 1조원 이상의 부를 구축했다고 생각되는 김봉진 대표이죠. 이번 배민 수수료 인상 사태로 가장 비난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과연 정말 김봉진 대표가 배민의 대주주일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뉴스 검색이 아닌 금감위가 운영하는 기업정보 공시장소인 DART로 가서 보고서를 확인하면 됩니다.


DART에서 우아한 형제를 검색하면 2014년부터 감사보고서가 있습니다. 창업은 2014년 전이겠지만 외부감사 조건을 만족할 정도로 외형이 성장한 건 2014년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첫 감사보고서는 2015년 내용으로 올라왔지만 그 안에 재무실적과 관련 내용은 2014년과 2015년을 다루기 때문에 2014년 내용도 있답니다

2014년에서 2019년까지(2019년 감사보고서는 2020년 4월에 나왔으니 따뜻한 최근 보고서 입니다. 기업의 2018년, 2019년 연간 실적은 보통 4월 초에 연간 보고서가 나옵니다).

보고서에서 지분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14년 배달의 민족 최대 주주는 김봉진 씨가 맞습니다. 하지만 2015년부터 배달의 민족 최대주주는 Hillhouse BDMJ로 나옵니다(BDMJ는 배달의 민족 약자겠죠). 그리고 그 이후부터 2019년까지 배달의 민족 최대주주는 Hillhouse BDMJ로 나옵니다. 2018년까지는 김봉진씨와 Hillhouse의 지분율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Hillhouse는 누구일까요?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재무적 투자라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벤처캐피탈이라고 볼 수 있고, exit이라는 목표가 확고히 있는 투자자입니다.


2019년 감사보고서, 2020년 4월이 되어서야 배민의 대주주들 지분율이 공개됩니다.

Hillhouse는 지분율 18.02%, 김봉진 대표는 9.89%로 김봉진 대표가 2대 주주입니다.

즉 현재 배달의 민족의 대주주는 김봉진 대표가 아니고 Hillhouse라는 외국계 자본인거죠.(아직 합병 승인이 나지 않았으니 Delivery Hero는 아닙니다)



그런데 보통주는 김봉진 대표가 훨씬 더 많고 Hillhouse는 우선주가 더 많습니다.

주식도 종류가 있습니다. 감사보고서에서 주식의 종류에 따라 제가 직접 DART에서 주석에서 찾아서 표를 작성해봤습니다.


2015년에 보통주는 600%, 우선주는 820%가 증가합니다. 바로 이 때가 대주주가 '김봉진'에서 'Hillhouse BDMJ'로 바뀐 해입니다.


보통주와 우선주의 차이점을 잠깐만 설명하면 보통주는 의결권을 가지는 주식이고,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고 배당을 먼저 받을 수 있는 주식입니다.


하지만 전환상환 우선주는 배당을 받아서 투자한 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추후에 우선주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주식입니다.


즉 투자하고, 이 회사가 나중에 어떻게 될 지 모르니 배당으로 돈을 받다가, 추후에 M&A나 상장할 때 보통주로 전환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죠.


2015년에 아마 김봉진 대표는 보통주 지분이 증가했을 것이고, Hillhouse는 배당금을 배민으로부터 받으면서 나중에 회사 매각 때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 지분을 확보했을 것입니다.


중요한 건 발행주식 총수는 2015년 이후 큰 증가가 없습니다. 감사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보로 보면 큰 지분투자는 2015년이 아닐까 합니다. 

2015년의 대규모 투자 후, 2016년, 2018년 보통주와 우선주가 증가하긴 했지만 주식 총 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투자금액이 2015년보다 훨씬 적은지는 알 수가 없죠.

2018년의 경우에는 이미 배달의 민족이 배달 시장을 리딩하고 있을 때라 추후 투자자들은 한 주를 더 비싸게 주고 샀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번 수수료 인상은 누가 주도했을까요?

내부 인력이 아닌 이상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2대주주가 모든 걸 계획했고 실행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배달의 민족 수수료 인상은 왜 이런 비난을 많이 받았을까요?


수수료 정률제는 배달의 민족이 여론에서 뭇매를 맞은 후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만 만약 시행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일단 배달만 하는 가게의 이익을 울트라콜(기존 방식), 오픈리스트(신규 방식) 때 어떻게 바뀌는 지 보겠습니다.


한 달 매출이 1천만원, 1건당 주문 금액은 1만원, 월세와 세금은 매출의 15%, 재료비는 25%, 포장비는 3%,

1건당 배달 대행료 3,000원 정도로 가정했을 때




오픈 리스트 방식이 이익률이 5% 낮습니다. 

대략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숫자는 달라질 수 있지만 매출의 5~6%라는 숫자는 어마어마한 부분입니다. 


위의 부분에서 사실 감가상각이나 다른 비용이 빠져있어서 이익률은 더 감소해야 합니다. 이런 수수료 구조가 한 번 정착되고 나면 자영업자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죠.


그리고 더 비난받은 건 코로나 바이러스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고 있을 때 수수료를 매출의 %로 가져가버리면 그 타격은 어마어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배달의 민족 오픈 수수료 방식으로 바뀌면서 많은 가게들이 판매 가격을 올린 곳도 꽤 많았습니다. 결국 플랫폼 기업이 가져간 이익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군가의 이익은 다른 누군가로부터 나와야 하니까요.


물론 기업이 자선단체는 아니니 돈을 벌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그런데 왜 요기요는 배달의 민족을 합병했을까요? 그리고 바로 수수료를 올렸을까요?


앞서 이코노미스트에 나온 그랩과 라이벌의 합병 시도를 기억하신다면 답변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랩과 라이벌 기업은 가격전쟁에 들어가면서 매달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작년에 요기요와 배달의 민족의 뜨거웠던 쿠폰경쟁이 기억나시나요?

2019년 실적이 공개되었기 때문에 얼마나 쿠폰을 뿌렸는지 한 번 볼까요?


쿠폰과 관련된 계정은 판매촉진비인데 2018년에서 2019년 426%가 상승했습니다. 

중요한 건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바뀌면서 2019년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2018년의 비용내역과 2018년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비용내역이 상이한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 회계처리 기준이 바뀐 것 같습니다.


그런걸 감안해도 작년에 어마어마한 쿠폰을 뿌린 걸 생각하면 400% 이상의 비용상승은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출혈경쟁이 탐탁하진 않았겠죠. 그래서 차라리 두 개의 플랫폼을 통합시켜버리는 시도를 한국에서 진행했고 성공했습니다. 아직 공정위 최종승인은 나지 않았습니다.


혹시 소프트뱅크가 Hillhouse에게 조언을 해줬거나 아니면 배민의 Hillhouse와 Deliveryhero를 소개시켜줬을까요? 업계정보는 당연히 기밀 사항이라 알 수 없지만 앞선 이코노미스트 기사에 있었던 IT start-up 통합전략은 한국에서 성공했고


플랫폼이 통합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효과도 잠깐동안 우리는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배민이 원래 수수료 체계인 울트라콜로 돌아가겠다고 긴급히 발표한 건 글쎄요

어쩌면 아직 공정위의 합병 승인이 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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