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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과장 Feb 24. 2020

인정받을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이 되려면

우리는 지금은 플랫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플랫폼 기업만 2개를 꼽아보자면 네이버와 구글이죠.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가는 곳은 네이버이고,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를 얻으러 가는 곳은 구글입니다. 두 회사 모두 자신들의 검색 플랫폼 기반으로 어마어마한 매출을 이끌어내고 있죠.


그럼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플랫폼 업체는 어디일까요?

‘배달의 민족’ 일 겁니다. 


배달의 민족은 최근 요기요와 합병을 하면서 기업가치를 아시아나 항공보다 더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사실 배달의 민족은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을 점유한 1등 기업이었고 지금 배달 시장의 크기가 아니라 앞으로 다른 요식업체 자영업자들의 매출도 흘러가면서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죠. 이런 이유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측정받았을 수 있습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young generation은 점점 밖에 나가서 같이 먹는 것보다, 혼자 먹는 걸 더욱 선호하고 있습니다. 편리한 이유만으로 배달을 시켜먹는 게 아니라 변화한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배달시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달시장처럼 정리되지 않고 여전히 각축을 벌이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이 있습니다.


오늘 말해보고 싶은 두 플랫폼 기업은 교육 시장, 정확히 말하면 personal education(튜터링 시장)입니다. 크몽은 일종의 온라인 아웃소싱 플랫폼이니 잠깐 내려놓겠습니다.


대신 두 개의 회사가 있습니다. 탈잉숨고입니다. 쉽게 말해 과외선생님은 학생을, 학생은 과외선생님을 찾는 곳입니다.


두 개의 기업 모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을 연결해줍니다. 서비스라는 건 다양하죠. 영어 과외, 프로그래밍 과외, 인테리어, 댄스 등 다양하게 있습니다. 


하지만 두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탈잉은 티칭 서비스 제공자에게 수수료를 취하는 방식이고, 숨고는 티칭 서비스 제공자가 멤버십을 구독하게끔 하는 모델이었습니다.


수익창출 모델 기준으로 봤을 때 구독 모델이 아주 우수합니다. 매월 꾸준하게 누군가가 얼마씩 돈을 낸다는 건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 모델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넷플릭스에 멜론에 유튜브, 쿠팡 로켓 멤버십에 쓰는 돈만 봐도 한 달에 일정액을 내는 돈이 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구독 모델을 잘 구축한 비즈니스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투자사들은 작은 회사들이 이익을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매출을 꾸준히 내는 회사를 평가하는데 그런 입장에서 보자면 숨 고의 수익모델은 많은 투자자들이 높게 평가해줄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숨고는 134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받았습니다. 반면 탈잉은 4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받았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숨고는 괜찮은 플랫폼입니다만, 최근 숨고는 수익모델을 바꿨습니다.

수익 모델을 설명하기 앞서 숨고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플랫폼에 올림

2) 과외 선생들이 고객들의 요청에 견적서를 보냄

3) 고객은 과외 선생들의 쌓여있는 견적서 중 관심 있는 견적서를 보고 고객이 숨고채팅 연락

4) 고객과 과외 선생과 숨고 채팅 후 합의 하 과외 시작 혹은 안 함


과외선생님을 찾는 사람들이 과외 선생님의 클래스에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희망사항을 올리면 거기에 과외 선생이 견적을 보내는 일종의 역경매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외 선생님들은 견적서를 무한으로 보낼 수 있는가?

아닙니다. 이 부분이 숨고가 수익을 만들어 내는 포인트입니다. 


과외 선생님들이 멤버십을 가입해서 해당 월에 크레딧을 받으면 하나의 견적서 당 크레딧을 소모해서 견적을 보내는 것이죠. 

실제 견적서의 응답률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저의 경험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서비스를 사용한 다른 분들도 응답률은 낮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플랫폼에 참가하는 과외 서비스 제공자들은 그래도 가끔씩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용을 했습니다만,


이번에 숨고 캐시라는 정책을 숨고는 적용했습니다.

한 달에 5만 원 상당의 멤버십을 가입해서 크레딧을 받고 그 크레딧을 쓰는 것이 아니라 견적서를 보낼 때마다 내가 캐시를 구입해서 견적서를 보내는 방식입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과거에는 고객이 견적서를 읽고 대답을 하지 않던, 안 읽고 대답을 하지 않던 무응답의 견적에는 보상을 해줬다는 것인데, 이제는 고객이 견적을 읽으면 크래딧 혹은 캐시를 보상하지 않겠다는 점입니다.


이 바뀐 정책이 가장 숨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과외 서비스 제공자에게 큰 변경점으로 보입니다. 예전보다 견적을 보내는 데 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죠.


그렇다면 견적을 보내는 데 더 신중해야 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사실 없습니다. 그냥 예전보다 과외 서비스 제공자들이 견적을 적게 보내는 거겠죠

숨고에서 어떤 고객들이 더 매칭이 잘 될지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것도 없고,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고객들은 과외 선생의 견적이 비용을 들여보내는 지도 관심이 없습니다.


즉, 많은 과외선생들의 견적서 송신 비용은 숨고의 매출로만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숨고에서 과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숨고를 많이 떠날 수도 있습니다.

인테리어 서비스 같은 1회 당 몇 십만 원의 높은 단가를 가지고 있는 서비스 제공자들은 여전히 이용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과외 서비스는 1회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그럴 경우 시간당 1~3만 원 정도 수준입니다. 이런 고수들은 점점 플랫폼을 떠날 확률이 높아지겠죠.


플랫폼 자체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들을 플랫폼에 속박시키는 것 역시 사업의 성공요인입니다. 하지만 이번 정책은 확실히 실질적인 financial gain을 가져올 것이지만 얼마나 지속적인 성장을 가져올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럼 왜 숨고는 이런 정책을 시행했을까요?

시리즈 B까지 갔다면 숨고 창업자의 지분이 희석되고, 벤처 캐피털의 경영권 참여가 커지면서 실질적인 이익을 내라는 압력이 거셌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펀딩 받은 자금에서 돈을 사용하는 것 아니라 이익을 내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내부 사정이나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궁금한 건 과연 이 정책이 플랫폼 기업에 도움이 될까입니다.


플랫폼은 이쪽과 저쪽을 연결해주면서 자신의 벨류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한쪽에게 불리한 정책을 펼쳐도 다른 한쪽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면 그 플랫폼은 유지될 수 있습니다.


배민 같은 플랫폼은 자영업자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더 유리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을 자신들의 플랫폼에 락인(Lock-in)하는 전략을 펼칩니다. 


숨고의 이번 정책은 일단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유리하지 않지만 고객들에게는 좋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이번 정책으로 과외서비스 제공자들은 견적 날리는 데 더 신중해지고 소수의 고객에게 보내거나 어쩜 플랫폼을 떠날 수도 있죠.


가장 문제는 견적을 날려서 매칭 되는 비율입니다. 10%도 되지 않은 매칭 성공률을 자신의 마케팅 비용으로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과외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도 고수들의 서비스 견적이 줄고 같은 사람들만 견적을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제공되는 서비스의 만족도가 떨어져 플랫폼에서 떠나갈 것입니다. 비슷한 의견이 있습니다.


얼마나 숨고가 이 숨고캐시 전략을 지속적으로 유지할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숨고캐시를 적용하면서 단기간 좋은 숫자를 투자자들에 보여줄 순 있지만 그다음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합니다.


투자자들의 소개 하에 탈잉과 숨고의 합병/인수도 생각해볼 만한 시나리오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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