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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과장 Jul 14. 2022

영어 리스닝은 테니스 서브와 비슷할지도?

혼자만의 작업

요즘 테니스가 인기가 많다.

스포츠 웨어 브랜드에 들어가면 한 때는 다 골프웨어가 마네킹에 걸려있었지만, 지금은 다 테니스 웨어로 장식되어 있다.


심지어 테니스 레슨 문의를 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까지 하는데, 사실 나는 이 열풍이 불기 전에 이미 테니스 레슨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레슨만 일주일에 2번 받으면서 1년을 했으니, 테린이는 아닐 거 같은데… 사실 얼마 전 테린이 대회도 참여를 했었다.


테린이 대회를 나가서 깨달은 건, 나의 서브가 형편없다는 것이었다. 테린이 레벨에서 처음 서브인 플랫 서브 성공확률이 떨어지니 안정적이면서 까다로운 킥서브를 넣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나는 그냥 넘기기만 하는 서브를 하니 강력한 리턴—테린이들도 강력한 나름의 리턴을 할 수 있다—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코치님에게

“서브 실력이 늘 수 있는 테크닉이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했다


“서브는 방법이 없어. 그냥 본인이 깨달아야 해요. 본인이 공을 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위치에 토스할 수 있어야 하고, 본인의 리듬으로 공을 넘길 수 있도록 스스로 깨달아야 해요. 내가 뭐 이렇게 저렇게 자세에 대해서 말은 해줄 수 있는데, 결국 본인이 깨달아야 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하나의 생각이 내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영어 리스닝도 똑같지 않을까?


영어 강의를 하면서, 강의를 듣는 많은 분들이 리스닝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얼마 전 코로나가 최대한 잠잠해졌을 때,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모였는데 거기서 많은 분들이 리스닝에 대한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서로 힐링(?) 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내가 강의 시간에 틀어드리는 리스닝은 미국 상장기업의 실적 보고 일부분을 바로 틀어드리니,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관련 domain knowledge가 없다면 회의 중간에 나오는 Analyst의 질문과 답변의 의미를 바로 파악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누차 말씀드려도, 서로에게 위로받고 나시니 다들 마음의 평화를 얻으신 듯하다.


(주: 이 설명은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적용이 될 것 같다. 영어권 국가에 있는 사람들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한국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영어 소리에 노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리스닝 실력이 높아지기 수월하다. 그래도 미국에서 회의 들어가 보면 안 들리는 건 계속 안 들리는 경우가 많다. 그건 따로 내가 그 단어의 발음을 정확히 인지하고 내 입으로 말해보고, 그 차이를 느낀 후, 원어민의 발음과 비슷할 정도로 연습이 돼야 원어민이 말하는 발음이 이제 들릴 것이다)


리스닝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다른 언어의 소리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3세 이전에 두 가지 언어 소리를 들으면서 각각의 언어에 대한 소리값을 구별할 수 있는 simultaneous bilingual은 일종의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고,

5세 이후에 두 가지 언어를 배우는 sequential bilingual은 상대 음감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이해하기 편할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sequential bilingual인 경우이고, 물론 나도 sequential bilingual이다, 이 그룹의 사람들은 다른 발음들과 비교하면서 그 발음을 구별해낸다. ‘P’와 ‘f’를 연속해서 들으면 두 발음을 구별해내기 쉬우나, ‘p’ 발음 하나만 들려주고 이 발음이 뭐였는지 물어봤을 때 정답을 맞힐 확률은 떨어진다는 뜻이다.


리스닝의 실력은 상대적인 이 소리를 내가 반복적으로 훈련을 해나가면서 Native 비슷하게 그 소리값들에 대한 절대치를 쌓아가야 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이 작업에서 과연 타인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을까라고 물어봄 직 하다.


토익이나 토플 같은 시험대비 꿀팁은 존재할 수 있겠으나, 본연의 리스닝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꾸준히 들으면서 내가 못 듣고 있는 부분을 한글로 적어보고, 내가 들은 그리고 그 한글로 표기한 소리가 어떤 알파벳에 의해 영어 소리로 나오는지 혼자서 비교하는 작업을 해보면 좋다.


내가 눈으로 인식한 알파벳 글자나 단어가 나도 모르게 나의 뇌에서 내가 만든 미숙한 영어 발음 해석기에 의해서 이미 그 단어는 이렇게 발음이 될 거야라고 내 어휘 창고에 저장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발음을 듣고 나서 그 발음 차이를 알고 놀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내가 눈으로 보고 대충 익힌 단어와 실제 원어민이 말하는 문장 속에서 그 발음의 차이를 좁혀가는 작업을 스스로 하지 않는다면 영어 듣기에서 큰 도약을 이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추가.

영어 유튜브를 배경으로 계속 틀어놓으면 영어 리스닝 실력이 늘까요?라는 질문을 수강생 분들이 해주시는데, 그러면 나는 반문한다. 


‘파이썬 머신러닝 코스를 그냥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제 할 일을 한다면 저는 나중에 파이썬 코드로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요?’


20살이 넘어서 외국어 공부를 하는 분들께서 외국어 리스닝 실력을 늘리려면, 콘텐츠에 몰입해야지—드라마를 보시던지, 영화를 보던지, 유튜브를 보던지—그냥 틀어놓기만 하면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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