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테니스라는 운동을 2년 넘게 하고 있습니다. 레슨은 1년 반 정도, 클럽에 가입해서 활동한지는 1년 정도 되었네요. 이전에 잠깐 잠깐 레슨을 1달, 2달 받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테니스를 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남들처럼 게임을 원활하게 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과 그래도 테니스 치면 살은 빠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쳤는데, 정말 체중은 10kg 정도 감소했습니다. 대신 얼굴과 몸은 다 탔습니다.
구력이 2년 넘으면서 게임을 원활하게 하고 테니스 클럽에서도 활동을 하는 실력이 되었지만, 클럽 내에서는 게임 승률이 낮은 '중하수' 정도의 레벨인 거 같아요. 레슨은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만 역시 꾸준히 오랫동안 테니스를 친 구력이 왜 중요한지도 알게되는 시간들입니다.
테니스를 치면서 늘 마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내 테니스 실력은 빨리 안 늘지?"
"왜 같은 error를 반복하지?"
"왜 내 폼은 안 예쁘지?"
당연히 들 수 밖에 없는 생각들입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 다른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지금 회사를 다니지 않고 직장인들 대상으로 비즈니스 영어를 강의하고 있는데, 영어를 익히면서 겪게되는 학습자들의 고충과 제가 테니스를 접하면서 만난 고충이 비슷하다라는 점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해보면 저는 이상하게 영어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에도 그냥저냥 해도 수능 점수는 잘 나왔던 것 같고, 운좋게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나서는 토익이랑 토플(따로 공부)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거 같아요. 영어 회화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덕분에 해외출장을 고만고만하게 다녀올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나름 영어에 재능이 있었던 거지요.
물론 시간이 지나고 정말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컨퍼런스 콜에서는 멘붕이 왔었습니다. 결국 미국으로 대학원을 가게된 계기가 되었지만 여튼 재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을 거 같아요.
대신 테니스의 세계에서는 저는 정말 재능이 없었던 거 같아요. 흔히 말하는 운동신경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20대처럼 발이 빠르지도 않았어요.
2년 째 테니스를 하고 있는 저의 포핸드는 다른 사람들처럼 유연하게 앞으로 라켓을 던지지 않고, 여전히 당기면서 치고 있고, 백핸드는 면은 갖다대지만, 회전이 하나도 안 먹고 있었으니까요. 백발리는 이제 공이 뜨지는 않고 깔리긴 하는데 정확히 힘을 어떻게 주면서 궤도를 만들어야 하는지 메카니즘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구력이 1년이라는데, 실력이 출중하신 분들도 엄청 많더군요. 저는 2년이 넘어서 테린이 대회를 참가하지는 못하지만(남자는 테린이 대회 구력 제한이 2년 이내), 요즘 남자 테린이 대회 구경하면 저 사람들이 과연 테린이인가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역시 뭔가를 습득하고 체화하는데 관련된 재능이 정말 중요한 부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테니스 동호인들의 실력을 나누는 잣대는 여러 기준이 있는데 대표적인게 NTRP 라는 것이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면 NTRP 수준이면 이런 플레이를 할 것이다라고 나오는 영상이 나오는데 그걸 참조한다는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테린이들은 대부분 1.5~2.5 사이에 존재한다고 하면 될 것 같고, 4~5년 이상을 쳐야 확실히 중수 레벨인 3.0 레벨로 들어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대회 입상 기준으로 많이 실력을 나눈다고 합니다. 테니스 동호회 단체가 크게 KATA, KATO, 생활체육 이렇게 3개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가하는 KATA랑 KATO는 생각보다 대회 레벨이 2가지 정도 밖에 없어요.
KATA의 경우는 신인부, 오픈부 / KATO의 경우는 챌린저부, 마스터부
처음에 이 신인부가 테린이부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신인부는 구력 10년차인 사람들이 수두룩한 정글이지요. 이 신인부에는 신인부 대회 우승자들이 참석할 수 없습니다. 반면 오픈부에는 누구나가 참가 가능하지만, 신인부 우승자들이 많기 때문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레벨이 훨씬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신인부 본선진출 했다, 8강 정도 간다 이러면 바로 그 사람의 레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신인부라는 곳에서 입상을(4강 내) 한다던지 아니면 본선 진출한다는게 재능만으로는 되는게 아닌 것 같았어요.
지속적으로 테니스 치는 시간의 절대량도 늘려야 한다는 시간의 제약, 레슨을 꾸준히 받는데 필요한 경제적 자원의 제약, 그리고 같이 테니스를 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점 등 다양한 input이 필요하게 됩니다.
왠만큼의 재능만으로는 1년 정도 했다고 해서 전국대회 신인부에서 성과를 내기란 어려운 것 같았어요. 대부분의 경우는 예선탈락이지요.
이제 1년인데 너무 실력이 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운동에 재능이 있는 편도 아닌데 조금 남들보다 더 많이 치고 노력했다고 급격한 변화를 본다는게 쉽지 않잖아요.
먼저 우리가 아기였을 때는 다 언어천재이긴 합니다. 아직 시각과 청각에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소리를 구별하는 능력을 성인보다 탁월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자라면서 우리는 이 소리를 구별하는 능력을 아기때 처럼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 부분은 제 의견이지만 하지만 개개인에 따라 그 능력을 잃어가는 정도가 조금 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타고난 운동신경이 다른 것처럼이요.
소리를 구별하는 능력 외에도 언어실력 향상과 다른 능력들도 그 차이가 있을텐데, 이 차이들이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시기는 20대의 대학생 시기이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면 특히 성인이 되고난 후, 직장을 가지고 나서는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자기가 쏟아붓는 시간 input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요.
여기서 잠깐 테니스에 관한 비유를 접목해보자면
실내 테니스 레슨하는 곳에서 1년 동안 1주일에 1번 20분 동안 레슨 받았는데, 막상 코트 나가면 내가 뭘 배운거지? 왜 할 줄 아는게 없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제 가족도 1년 동안 레슨은 빼먹지 않고 꾸준히 받았지만 막상 실외 코트 나가보고 랠리 해보고 멘붕이 왔었다고 했구요.
그 분의 실력이 상승한 건, 레슨 20분 받는 것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주말에 2번 코트에 나가서 사람들과 랠리와 게임을 4~6 시간씩 쏟아부으면서 실력이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영어라는 언어학습도 결국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나에게 익숙하기 위해서 절대적인 시간의 양이 필요한데, 1주에 한 번 화상영어, 전화영어 만으로는 현재 이상의 실력을 향상시키니는 어렵습니다.
그 이상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새로운 표현의 숙달도 필요하고, 스스로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서 문장을 입으로 뱉어보고, 그 문장을 메모앱에 남겨보고, 다시 그 문장을 수업을 해주는 선생님에게 피드백을 받아야겠죠.
테니스 코트에서 랠리하는 영상을 찍어놨다가, 레슨 코치님에게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받으면 그냥 피드해주는 볼을 반복해서 치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포핸드나 백핸드 폼을 객관화된 시선으로 바라보면 저도 참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재미있는 건 직장인이라고 해도 테니스를 이렇게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는 거에요. 꾸준히 일주일에 3번~4번 코트에 나가서 랠리와 게임을 하고, 레슨을 2번 받으면서 실력 향상을 위해 1~2년 이 루틴을 계속하시는 분들이요.
영어의 경우도 내가 만든 문장을 메모앱에 써보고, 써본 문장을 녹음해서 튜터에게 다시 피드백 받으면 더 큰 학습효과가 생기는 것도 동일하지만, 테니스 처럼 저렇게 시간투자를 많이 하시는 분들은 절대빈도 수를 보면 덜했던 것 같아요.
아마 Motiviation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이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