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생의 학업 스트레스
수업시간에 졸리면 뒤에 나가서 서서 수업을 듣기도하고, 뒤로 나가 서서 수업을 듣고 있으면 나가있는 학생들끼리 서로 안마를 해주며 잠을 깨기도 했다. 저녁을 먹고 7시부터 11시반까지는 면학실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했는데 그때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공부를 하다가 졸리면 일어서서 공부를 했다. 그러면서도 몰려오는 잠을 못 참고 서서 조는 기술도 익혀가기 시작했다 말이 서서 잔다던데 예전엔 그게 어떻게 가능해 했던 것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한창 시험기간이었다. 1시까지 추가면학이 끝나고 기숙사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효율은 떨어지는걸 알면서도 막연한 불안감에 책을 펼치고 한글자라도 더 보려고 졸린 눈꺼풀을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 그러던 중 별을 보았다. 하늘의 반짝이는 별은 아니었고 번개같이 순간 번쩍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친구들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정신이 들고 같은 방에 있어서 상황을 목격한 친구들이 해준 말에 따르면 상황은 이러하다. 잠을 못 참고 서서 잠이 들고 균형을 못 잡은 나는 통나무마냥 그대로 쓰러졌던 것이다.
공부하다가 쓰러져 본적 있는가? 그냥 쓰러진 게 아니라 서있는 상태에서 뒤로 그대로 넘어가서 뒤통수가 땅에 부딪혔다고 한다. 더 신기한건 그러고 기절한줄 알았는데 바닥에 쓰러져 드러누운채로 그대로 자고 있었단다.. 그래도 뒤에 위험한 물건이 없었는지 큰 부상없이 쓰러져 다행이었다.
과학고입학이라는 기쁨도 입학식 전까지고 입학이 시작되고나면 총성없는 전쟁과 같은 긴장감이 흐른다. 과연 이곳에서 나는 얼마만큼이나 잘할수 있을까? 용의꼬리가 될것이냐 뱀의 머리가 될것이냐 고민하면서 용의 꼬리라도 용이 낫지 않겠냐며 용을 타보려 왔지만 용에서 안떨어지고 잘 살아남을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여전했다. 우리 지역엔 비교적 큰 도시 세군데가 있다. 순천,여수,목포. 그외에 다른 시군도 많이 있지만 이 세지역이 가장 크다. 학생들의 수를 따져보아도 이지역에서 가장 많이온다. 나도 나름 광양이라는 시에서 왔지만 그리 큰 규모의 지역은 아니다. 게다가 순천, 여수, 목포지역의 영재반 출신 아이들은 중학생시절부터 어느정도 만남의 연이 있었는지 입학전에 서로 이미 알고 있던 사이들도 꽤 있어보였다.
중학교에서는 수학,과학에 나름 자신있다고 뽐내었지만. 이들앞에서는 꼬리내릴수밖에 없었다. 이미 고등학교 수학은 상당부분 이해하고 온 친구들도 있어보였고. 과학 또한 경시대회 출신 아이들은 이해하고 있는 정도가 달랐다.
각자 개인차는 있었지만 학원이 만들어준 주입식 교육에 익숙하기보다 개인주도학습이 되는 영특한 친구들이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학원에 의존했던 적도 많고 고등과학, 수학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과학고등학교 합격이라는 단꿈에 젖어 이런 시급한 상황에 대한 긴급함도 부족했던 것 같다.
결국 첫 시험에 나의 위치를 처절하게 경험했다.
과학고에서 내신성적에서 느끼는 고충은 수학, 과학에서만 있는게 아니었다. 영어에서도 많은 좌절을 느낀다. 카이스트나 서울대에서 텝스 성적을 보기 때문에 아예 텝스 관련된 책을 영어수업시간에 다루었는데.. 수학, 과학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것은 영어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에서 갈렸다. 사실 영어는 학생시절부터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나릐 발목을 잡았다. 졸업을 하기 위해서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안에서 승진을 위해서는 좋은 영어 점수가 필요하다.
아무리 파파고의 번역실력이 높아지고, 구글이 직독직해에 능해진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영어를 못한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점이 많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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