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레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숨기며 살다 보니 가끔은 나 스스로도 속이고 말 때가 있다.
스페인어 단어 중 페르소나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라는 뜻으로 자주 쓰는 말인데 뜻을 풀어보면 ‘가면'이라는 뜻으로도 통용된다. 감정을 속이는 걸 가면을 쓴다고 표현한다면 나는 여러 개의 가면을 가지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들,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쓰는가면, 회사에 출근할 때 쓰는 가면, 텅 빈 방에 혼자 시간을 보낼 때 쓰는 가면 등.
감정을 숨기는 게 어색했던 어린 시절엔 상황에 따라 가면을 쓰는 내 모습이 가짜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가면 하나하나가 각자 또 다른 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루에 가장 많이 시간을 할애하는 곳이 변함에 따라 Mbti도 변하는 게 아닌가 싶다.
가면을 바꿔 쓰면서도 항상 조심하자는 건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는 가면을 쓰지 말자는 거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가 힘들 땐 스스로를 위로해 주고 기쁠 땐 웃자는 말이다. 힘들고 아플 때 스스로를 다그치며 구석으로 몰아넣지 말고, 기쁜 순간이 오면 진지한 표정으로 너무 겸손하지 말라는 말이며, 상황에 맞게 가면을 쓰며 어울려 살아가더라도, 스스로에게만큼은 솔직해지자는 말이다.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레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숨기며 살다 보니 가끔은 나 스스로도 속이고 말 때가 있다. 평생 가장 가까이에서 나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힘들 땐 위로의 말을 건네줄 사람은 누구일까. 어쩌면 자애와 자해의 의미는 단 한 끗 차이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