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새 옷보다 헌 옷이 더 좋아!

by 백작가

길 건너편 앞집 아저씨는 아침마다 어딜 가신다. 산책을 하나 했더니 아침마다 동네 편의점에 신문을 사러 가시는 거였다. 내 첫 직업이 신문기자이어서 그런 지 아직도 새로운 도시에 가면 신문을 일부러라도 찾아보는 편이다. 사람들이 신문을 얼마나 많이 보나도 유심히 살펴본다.


영국 사람들은 신문을 좋아한다. 대형마트에 가도 신문 가판대가 눈에 가장 잘 띄는 입구 중앙에 비치되어 있다. 종류도 많다.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대중지 ‘선(SUN)’부터 보수 논조의 대중지인 ‘데일리 미러’, 정론지인 ‘더 타임스’,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 등등 신문 종류도 많다.


내가 사는 지역인 플리머스에도 ‘플리머스 헤럴드’란 지역신문이 있는데 꽤나 인기가 높다. 신문기자 출신인 내가 봐도 기사의 질도 좋고, 재미도 있어 나도 자주 사서 보는 편이다. 주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많이 차이가 난다.


나는 이 이유가 영국 사람들의 보수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또 한 가지 특징이 우편사업이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집에 우편물이 엄청 많이 온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전화 통화나 문자 메시지, 메일 등으로 해도 될 것을 거의 대부분 편지로 보낸다.


이렇듯 종이매체를 아직도 선호하는 것은 보수적인 영국인들의 성향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영국에 처음 도착한 한두 달가량은 집을 알아보느라 부동산 정보 사이트를 자주 방문했다. 오래 들락 거리다 보니 대충 렌트와 집 가격에 대한 감이 생겼는데, 좀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새 집이라고 집 가격이 비싼 편이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오래된 집보다 가격이 싼 편이었다. 렌트의 경우는 같은 규모의 집 중에 높은 편에 속했으나 이것도 상위 그룹에 속해있다는 것이지 수십 년 된 집보다 훨씬 높은 편은 아니었다.


이 의문은 좀 지나서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어느 정도 풀렸다. 영국 TV 채널 중 ‘홈’이란 부동산 채널이 있는데 주로 집을 중개인과 보러 다니며 사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곳에서 보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주로 새 집보다는 오래된 집을 사서 뼈대는 그대로 두고 리모델링하는 것을 선호한다.


가격이 오래된 집일수록 훨씬 비싸다. 영국의 주거형태 중 코티지라는 게 있다. 부동산 사이트에 보면 코티지라고 명시가 되어 있는데, 이것은 오래된 집을 주로 의미하는 것이다. 오래되었다 하면 백 년 이상된 집들이 많다.

영국의 오래된 전통 가옥, 코티지. 신축보다 비싸다. copyright 백작가

이런 집이 월세도 훨씬 비싸고, 집 값도 일반 주택보다 훨씬 높다. 우리 상식으로는 난방도 잘 안되고 불편할 것 같은데 말이다. 이 곳 이웃들에게 물어보니 영국인들은 새 집보다는 이렇게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한 주택을 선호한다고 한다. 일반 주택도 이렇게 사서 조금씩 고치면 가치가 올라서 오히려 새로 지은 집보다 비싸게 되파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동네에도 수리 중인 집들이 많다. 일 년 내내 수리를 하는 집도 있다. 정원 울타리를 교체하고 있는 가 싶더니, 이게 끝나고 나니 페인트칠을 하고 있고, 이게 끝나면 부엌 지붕을 유리로 바꾸는 공사를 하고 있는 식이다.


특이한 것은 큰 공사가 아니고는 대부분 스스로 한다는 것이다. 인건비가 비싼 이 곳 상황도 있지만 집을 손보고 하는 것을 마치 취미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이런 성향은 패션에서도 드러난다. 영국 사람들의 일상적인 옷차림은 대체로 무채색이다. 백화점에 가도 화려한 색상이나 무늬가 들어간 옷이 별로 없다. 디자인도 유행을 타는 것이 없는 듯하다.


막 산 새 옷도 마치 그전부터 입던 옷을 장롱 속에서 꺼내 입은 듯하다. 이런 성향을 반영하듯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파는 새 옷보다 오히려 시내의 빈티지 상점에서 파는 헌 옷 느낌이 나는 구제풍의 옷이 훨씬 비싸다.


우리나라 패션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 잘 입는 일반인들을 소개하며 각각 아이템의 가격이나 브랜드를 소개하는 코너가 영국의 잡지에도 있다. 여기에 소개되는 옷 잘 입는 일반인들도 대부분 새 옷이 아니라 구제 제품으로 멋을 내고 있다.


영국 스타일 옷을 입어보니 이런 심플하고 심심한(?) 디자인의 장점도 있다. 유행을 안 타니, 한 번 사면 오래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 디자인이다 보니 싫증이 잘 나지 않는다.

요즘 한국 관광객들에게 머스트해브 아이템인 바버 점퍼. 디자인이 매우 심플하다. Copyright 백작가

주택도 뼈대는 그대로 남긴 채 계속 수리해가며 사용한다. 리모델링해가며 원형을 복원한다. 수십년에서 백년 가까이 남아 있는 사용되는 주택이 많다. 십년만 넘어도 구축 아파트라며 평가절하하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영국은 도심에도 역사성있는 전통 건물이 쉽게 눈에 띄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통 한옥을 찾아 보기 힘들다.

화려하고 빳빳한 새로움보다 역사와 전통이 베어있는 익숙함을 선호하는 것이 보통 영국인들의 소비 성향이다.


새 것만을 쫓는 우리 삶과 비교해 어떤 것이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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