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한국사람을 만나면 꼭 물어보는 질문

by 백작가

영국에 와서는 꼭 “사우스 코리아”에서 왔다고 말을 해야 했다. 처음 한동안은 그냥 코리아에서 왔다고 했으나, 이 곳의 한국인들이 모두 사우스 코리아라고 출신을 밝히는 것을 보고 나도 따라 했다.


이유를 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처음 만난 영국인에게 내가 한국 출신이라고 밝히면 열에 아홉은 “김정은 아느냐?” 고 물었다. 특히 중년 이상은 여지없이 이 질문을 했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사람은 손흥민, 싸이, 김연아가 아니다. 김정은이다. 때문에 “한국”이라고만 대답하면 북한 출신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 국민들보다 남북 대치 상황과 북의 핵미사일 보유에 대해 훨씬 관심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대부분 김정은에 대해 “베리 데인저러스 맨”이라고 표현한다. 이 곳에는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 출신의 택시 운전사들이 많은 편이다.


재미있게도 이들은 같은 김정은 대해 “굿맨, (미사일 실험에 대해) 저스트 조크”라고 말한다. 역시 사상의 벽은 두껍고 높았다. 이 곳 영국에 와서 내가 분단국가 국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많은 외국인들이 궁금해하는 것이다. 지난 2002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갔을 때다. 20대 초반의 여자 식당 종업원은 내가 코리아에서 왔다는 것을 듣고는 “두유 이트 어 도그?”라고 대뜸 물었다.


그 이후에도 종종 해외에서 이 질문을 들어왔다. 영국에서의 차이점이라면 영국인들은 어느 정도 친해진 다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는 것이다.


“우리 집사람이 궁금해해서 물어보는 건데....” 이런 식으로 운을 떼며. 고유의 음식문화이기 때문에 본인들은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겉으로만 그러는 건지는 모르지만...


유럽에 살다 보니 브리지드 바르도를 비롯한 서양인들이 왜 그렇게 개고기에 대해 혐오스러워 하는 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영국을 포함한 서구인들에게 개는 가족과 같은 존재다.


대부분의 영국인들이 개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 정도를 가정에서 키운다. 프렌치 불도그, 시베리안 허스키, 페르시안 고양이 등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꽤나 비싼 품종들이 많다.


주말 혹은 퇴근 후 개와 함께 공원이나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이러니 가족 같은 존재를 먹는다는 것을 혐오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입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는 미국에 관한 것. “미국과 미국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아마도 영국인들이 모든 외국인들에게 확인하고 싶어 하는 질문일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영국인들은 미국에 대해 일종의 우월감 내지는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영국 플리머스 서튼 항구에 있는 메이플라워 스텝. 영국 청교도들이 아메리카 신대륙을 향해 떠난 출발점이다. copy right 백작가

내가 2년을 지낸 플리머스의 서튼 항구에 가면 영국 청교도들이 탄 메이플라워호가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출발한 지점이 있다. 메이플라워 스텝이다. 400년 전 영국의 청교도들이 모국을 떠나 건설한 미국이 지금은 전 세계의 리더 역할을 하는 초강대국이 되어 있다. 영국인들도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인들은 이 사실에 은근히 자존심 상해한다. 영국도 '한 때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최고 강대국이었기 때문이다.

문화 수준과 국민성은 아직도 미국이 영국을 못 쫓아오고 있다고 애써(?) 생각하는 영국인들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국과 미국을 비교하는 질문에 대해 영국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정답은 항상 이미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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