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은 주로 금요일 저녁엔 가족이 함께 피쉬앤칩스를 먹는다. 동네 피쉬앤칩스 맛집인 프란신스. 1인분에 보통 6파운드 우리 돈으로 만원 정도. copyright 백작가 처음 연수가 결정되고 영국의 플리머스란 곳에 어떻게 갈까 고민했다. 직항은 물론 없다. 구글링을 해서 알아본 첫 번째 옵션은 런던까지 비행기로 가서 환승하여 가장 가까운 공항인 브리스톨까지 가는 것이다. 그 다음 거기서 버스나 기차로 플리머스까지 이동하는 방법이었다.
다른 하나도 거의 비슷하다. 다만, 환승 공항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이란 점만 달랐다. 둘 다 내키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외국 공항에서의 환승도 불안하고, 무엇보다 브리스톨에서 이민가방 4개 포함, 총 열 개나 되는 짐을 가지고 4살, 12살 아이들과 함께 버스나 기차를 갈아타고 플리머스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봉고차를 미리 세내어 런던에서 플리머스까지 가는 방법이 초심자에게는 가장 나은 것 같았다. 그러나 차로 4시간 반 거리를 개인 용달을 대절해 가는 건 비용이 너무 들 것 같아 고민스러웠다. 사실 어떻게 알아봐야 할 지도 몰랐고....
당시 연수 준비자들을 위한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의 영국인 강사에게 물어봤다. 강사는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답을 가지고 왔다. 바로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가라는 것.
짐은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기차와 기차 연결 칸에 실으면 된다는 것이다. 검색을 해봤더니 물론 가능한 방법이었고, 런던이나 브리스톨에서 택시로 플리머스까지 이동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휠씬 적게 들었다.
문제는 런던이나 브리스톨에서 1박을 해야 한다는 것. 그 많은 짐을 들고 처음 도착한 외국에서 낯선 숙소까지 찾아가 자는 건 부담스러웠다.
그 영국인 강사는 집에서 각종 옵션을 모두 검색한 후 가장 싼 방법을 알려준 것이었다. 영국에서 생활해보니 영국인들은 매우 실용적이다. 일상 생활에서 사치를 찾아보기 힘들다.
시티센터라고 불리는 시내 중심가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상점은 채러티 숍이다. 중고나 기부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팔고 수익금 중 일부를 기증하는 매장이다. 종류도 정말 많다.
고양이를 위한 채러티숍. copyright 백작가 심장재단에서 운영하는 숍, 상이군경을 위한 숍, 가난한 나라 아이들을 위한 숍, 심지어 길 고양이를 위한 채러티 숍도 있다. 일반숍에 비해 오히려 손님들이 많았다. 그만큼 중고물품에 거부감이 없다는 것.
내가 살던 지역인 플리머스 지역신문에서는 주말판에 지역 패셔니스타에 대한 화보를 싣는다. 거리에서 만난 패셔너블한 사람들의 패션 아이템을 소개하는 코너다. 놀란 점은 거기 실린 멋쟁이들의 옷이나 패션 소품 대부분이 채러티 숍에서 구입한 중고라는 것이다.
이를 부끄럼없이 떳떳이 밝힌다. ‘과연 우리나라 같으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영국에서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검트리’, ‘아마존’ 등에서 중고물품부터 검색해본다. 차도 신차를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요즘같이 환경과 자원순환의 가치가 중시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런 문화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국의 중산층은 소박하게라도 정원이 딸린 주택을 선호한다. 그런데 동네에서 보면 일년 내내 공사중인 집들이 많다. 영국 거주 몇 개월이 지난 뒤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영국에서는 집수리를 취미삼아 직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페인트칠, 울타리 손질 등 큰 기술이 필요없는 것은 유투브나 책을 봐가면서 시간이 날 때 직접한다.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일년 내내 공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동 기어차를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반면, 유럽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수동 기어차를 탄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수동기어차가 운전하는 즐거움이 더 있어서'라고 얘기하는 영국인 친구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수동 기어 자동차가 연비도 좋고, 가격도 싸기 때문이다. 많은 영국인들이 ‘편하게 다니느라 돈 쓰느니 내 다리가 좀 더 힘들고 말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직장에서 점심도 대부분 간단한 도시락을 싸오거나, 편의점에서 3~4파운드 짜리 샌드위치를 사 먹는다. 선물에도 이들의 절약정신은 베어있다. 영국에서 가장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와 이스터(부활절)에는 이웃과 친구간에 선물을 주고 받곤 한다. 대부분 우리 돈으로 만원이하의 저렴한 것들이다.
처음에는 너무 싼 선물을 주는 게 민망하기도 했다. 몇 번 해보니 오히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서로 부담이 없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면을 중시해 부담스러우면서도 값비싼 선물을 하는 우리 문화와는 달랐다.
아! 처음 입국할 때 플리머스까지 어떻게 왔냐고?
서울~암스테르담(스키폴공항)~브리스톨까지 비행기로 와서 2시간 30분 거리인 플리머스까지는 봉고차를 40만원에 대절해 갔다. 결론적으로 비용면에서 중간 수준의 방법으로 타협한 셈이다.
아마도 영국인들은 한국을 들어올 때 비슷한 상황이었으면 강사가 알려준대로 가장 경제적인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 라고 영국 생활을 하면서 생각했다.
실제로 2018년, 알고 지내던 영국인 지인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내가 마중을 나가기 힘든 상황이라 공항에서 택시나 리무진 버스를 타고 오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본인 스스로 구글링을 통해 방법을 알아내어 공항철도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서울 홍대까지 왔다. 20대 후반의 자그마한 여성이 큰 이민가방과 일반 여행용 가방을 들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