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물과 채소는 좋은 음식일까
플랜트 패러독스 – 통곡물과 채소는 좋은 음식일까
스티븐 R. 건드리 지음 / 쌤앤파커스/ 이원종 서평
최근 소위 ‘블루존’이란 장수 지역을 찾아다니며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식생활을 연구하는 프로그램이 유행인 듯하다. 그러나 그런 시도와 정보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주위에는 피곤해하고 병들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아픈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 꼭 그것이 노화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는, 무언가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플랜트 패러독스’를 이해하는 것이 하나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흉부외과 교수이자 심장병 전문의였던 저자는 수십 년 동안 패스트푸드를 거의 배제한 ‘몸에 좋은’
음식들만 챙겨 먹었고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고혈압, 편두통, 관절염에 시달렸다.
이후 같은 질환을 겪는 수만 명의 환자들을 돌보며 그가 찾아낸 원인을 한 마디로 요약한 것이 바로
‘플랜트 패러독스’, 말 그대로 ‘식물의 역설’이다.
이것은, 우리가 건강해지기 위해 먹는 채소, 과일, 곡물 등을 지칭하는 ‘식물’들이 오히려 우리 몸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걸 말한다.
이 이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믿어왔던 상식들을 아주 많이 바꿔야 한다. 이에 따르면 현미밥에 채소 반찬, 그리고 상당수의 제철 과일들도 피해야 한다. 이런 음식들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렉틴(Lectin)’이라는 식물 단백질 때문이다. 이 용어가 생소하다면 글루텐과 비슷한 물질이라고 보면 되는데,
글루텐은 수천 종의 렉틴 중 하나이다. 쉽게 말해 식물이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독소라고 하면 더 의미가 분명해 진다. 사육당하고 도축당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독성 물질을 발생시키는 가축의 경우처럼, 식물이라고 해서 그저 동물에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왜 못 했을까? 동물들이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위장을 하는 등 여러 방법을 쓰는 것처럼 식물들도 나름대로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이 렉틴을 이용하는 것이다.
인간만이 의도를 가지고 사는 유일한 존재일까? 그렇지 않다. 식물도 ‘의지’를 가지고 있고, 그들은 먹잇감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누가 이들을 탓하겠는가? (25쪽)
콩, 밀, 옥수수와 기타 특정 식물에 들어있는 렉틴은 특히 인간들에게서 문제를 유발한다고 한다. 더구나 인간은 이런 렉틴 덩어리들을 가축에게 사료로 먹이고, 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나 탄산칼슘 등을 다시 먹여 가축들의 비정상적인 식사를 계속 유도한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식사를 한다면 어떻게든 이 독소에 시달리게 된다는 말이다. 건강식으로 여겨진 시기가 얼마 되지 않은 통곡물 역시 렉틴 함량이 높기 때문에 정제 곡물을 먹을 때 속이 더 편하다는 것도 듣고 보니 그럴 듯하다. 또 저자의 말에 따르면, 40
억 명의 아시아인들이 오래전부터 주식으로 삼아온 쌀 역시 현미가 아닌 흰쌀이었다는 것은 아시아인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현미가 흰쌀보다 더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굳어졌지만, 그게 잘못된 상식이라는 말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먹는 것을 중단하는 일이라 말한다. 문제는 렉틴이라는 독소와 그에 따라 유발되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투입되는 항생제, 소염제 등의 현대의학의 ‘혜택’들로부터 현대인의 장이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는 것이다. ‘플랜트 패러독스 프로그램’에 따르자면, 옥수수와 대두에 포함된 렉틴, 통곡물 제품, 모든 설탕과 인공 감미료, 공장형 농장에서 키운 가축과 유제품 등이 피해야 할 주요 음식 목록이다. 반면 오메가3 지방산, 들기름, 호두, 올리브, 자연산 생선, 연체동물, 조개, 방목된 동물의 고기 등으로부터 얻은 단백질의 적당량 섭취를 권장하며,
압력솥을 이용하여 조리하면 콩과 대부분의 곡물에 포함된 렉틴도 제거가 가능하다고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여기에 제시된 지침과 프로그램들이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이것저것 가리고 챙겨먹고 하는 일들이 번거로울 지도 모르겠다. 늘 이런 건강서적을 접하며 하는 생각이지만, 세상에는 사람들의 체질만큼이나 다양한 건강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해 볼 때 가장 일리있다고 느껴지는 이론을 받아들이고 실천해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어쨌거나 식물과 동물의 장대한 투쟁의 역사로부터,
자신의 식생활과 건강을 조화롭게 만드는 힌트를 얻었다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내가 먹어온 것이 나 자신을 만든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16세기 자연주의자이자 의사인 토마스 머펫은 이런 글을 남겼다. “사람은 자신의 치아로 무덤을 파고, 적의 무기보다는 나 자신이 만든 운명의 도구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500년 후 그의 글은 여전히 진실을 말하고 있다. (136쪽)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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