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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Jan 18. 2019

(동티모르의 히딩크)『맨발의 기적』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맨발의 기적 - 동티모르의 히딩크 / 김신환 지음 /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이원종 서평


우리는 가난합니다. 우리는 그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있지만 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까지라도 김신환 감독의 사랑과 헌신을 기억할 수 있는 마음이 있습니다. 김신환 감독은 우리의 보물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영웅입니다. 우리는 김신환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신이 납니다. 한국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총리, 전 대통령)


동티모르. 그리 낯설지 않은 나라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상록수 부대가 파견되어 그들을 돕고 있고, 축구 얘기도 들었던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포르투갈과 인도네시아의 식민지배를 받아서, 16세기 이전의 역사를 알 길이 없다는, 21세기 최초의 신생 독립국. 인도네시아와 호주 사이에 있는 티모르 섬의 동쪽, 강원도 크기에 인구 100만의 작은 섬나라.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해에 김신환 감독이 이 나라를 밟은 것은 사업거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전에 이미 인도네시아에서의 사업 실패를 맛보고 난 후였다. 그리고 그때 인도네시아 경찰에게 끌려갔던 동티모르 출신의 친구 빠올로를 보기 위해서.


국가 수입의 90%를 커피에서 벌어들인 다는 말을 듣고 커피의 사업성에 대해 알아보던 김신환 감독은, 그토록 조국의 독립을 원하고 그리워했던 친구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현실에 각별한 안타까움을 가졌을 것이고, 아이들에게만이라도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결국 사업 아이템을 찾지 못하고 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맨발로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순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축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한국 최고의 실업팀 해군과 현대자동차에서 30살까지 축구선수로 뛰었던 그의 이력을 새삼 다시 떠올린 것이다.


"그래, 이 사람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보는 거야!



그는 그렇게 자신이 해야할 일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40년 전보다 더 가난한 환경의 아이들은 점심을 챙겨먹는 한국인을 이해하지 못했다. 못 먹다보니 덩치도 작고 체력이 딸려 훈련을 하다 쓰러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사람들의 오해, 시기, 질투도 극심했고 국가의 지원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어떻게든 그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동티모르 유소년팀의 첫 해외원정에 필요한 지원을 이끌어냈고, 32개 팀이 출전한 그들의 첫 국제대회에서 우승이란 기적을 일구어냈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우승을 함으로써, 그 실력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해 보였다. 그 대회에 출전한 다른 나라의 선수들은 동티모르란 나라가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가서야, 그의 굴곡진 인생 이야기가 나온다. 선수 생활 내내 그를 따돌리고 앞길을 막았던 사람들, 거듭된 사업실패와 배신, 이혼, 빚보증, 도박중독에 이어 교도소 복역까지. 그러나 절망과 게으름과 패배의식 가득했던 그 곳의 사람들에게 김신환 감독은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그 역시도 지금껏 그를 지독히도 따라다니던 실패와 불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동티모르의 아이들은 모두 축구로 인해 맺어진 그의 '늦둥이들'이다.



- 제가 원래 희망이 없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저 아이들을 통해서 희망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그 희망이 없으면 저는 죽습니다. 돈이 없는 것은 조금 없는 것이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에게 희망을 준 저 아이들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182쪽)



별 어렵거나 거창한 말도 없이 쉽게 읽히는 이 이야기는 어찌보면 참 소박하게도 느껴진다. 비록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스타는 아니지만, 나는 김신환 감독과 아이들의 성공이 무엇보다 값지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순수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실행에 옮기는 용기. 그렇게 시작한 일이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일단 목표로 정하고 나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었으리라 믿는다. 욕심없이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힘은 엄청나다는 것 또한 실감한다.

같은 피지배의 역사를 딛고 급속도로 발전한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동티모르 사람들은 무척 좋아하고 동경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들어 욕심많은 한국인들로 인해 그들의 신뢰를 많이 잃었다니, 제발 그들의 상처를 덧내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렵게 일어나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그들도 우리처럼 성장해서 사람다운 삶을 살며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신환 감독의 다음 목표인 동티모르 내의 축구학교 설립 역시도.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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