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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Jan 25. 2019

(김훈 장편소설)『남한산성』김훈 지음

김훈 장편소설

남한산성 / 김훈 / 학고재/ 이원종 서평


얼마 전  남한산성에 트래킹을 다녀오려다 말았다. 직접 그 자리에 서보면 그 누구도 모르는 치욕을 맛봤던 인조와, 화친과 전투를 주장했던 신하들과, 추위와 청병과 싸우며 두려움에 떨었던 군사들과 백성들, 나름대로 현명하게 처세했던 정명수와 서날쇠, 우리 역사에 크나큰 오점을 남겨준 칸과 그 무리들, 그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꼈을까 싶다.

단지 그런 치욕의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만 알뿐, 그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지만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그래도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모든 사람들의 삶과 선택이 아닌가싶다. 그렇게 김상헌은 자신을 건네준 사공의 목을 치며 울음을 토할 수 밖에 없었고, 정명수는 자신을 멸시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를 갈고 결국 청나라의 인재가 되어 우리를 핍박했고, 여러 신하들에 둘러쌓여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인조는 결국 그 대가를 혹독히 치르게 되었다.


김상헌, 김윤석 분


정명수, 조우진 분


인조, 박해일 분


겨울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이 참담한 이야기는 겨울이 끝나고 서서히 오는 봄의 풍경으로 끝을 맺는다. 그 암울했던 겨울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또 다시 희망은 피어난다. 어떤 절망 속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고 행동하면 그 절망은 자신의 현실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서날쇠의 판단과 행동에 나는 주목한다.



서날쇠, 고수 분


옛터가 먼 병자년의 겨울을 흔들어 깨워, 나는 세계악에 짓밟히는 내 약소한 조국의 운명 앞에 무참하였다. 그 갇힌 성 안에서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고,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말로써 정의를 다툴 수 없고, 글로써 세상을 읽을 수 없으며, 살아있는 동안의 몸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다 받아 내지 못할진대, 땅 위로 뻗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리... 나는 아무 편도 아니다. 나는 다만 고통 받는 자들의 편이다. (작가의 말)



김훈 작가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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