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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Feb 09. 2019

(서평)『청춘의 독서』유시민 지음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서평] 청춘의 독서(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이원종 서평


필독서들의 목록이 아주 많이 늘어났다. 첫째는 이 책에서 소개된 대부분의 책들을 읽지 못한 나의 독서이력 때문이며, 둘째로는 저자 유시민이 열네 권 고전을 통해 전해준 메시지가 너무도 강렬하게 다가와서 그 책들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누군가 말했다.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눌 때 주제로 삼지 말아야 할 3대 금기 사항이 있는데, 바로 정치, 종교,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라고. 그 말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마도 여러 사람들에게 있어서 호불호가 분명한 정치인 중의 하나일 듯한 유시민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그리 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식 소매상’임을 자처하는 스스로의 말처럼 그가 끊임 없이 읽고 쓰는 일을 해왔던 사람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대형서점의 신간 코너에서 ‘청춘’과 ‘독서’, 그리고 ‘유시민’이란 익숙한 이름에 이끌려 잠시라도 훑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이 책이, 어느 순간 인문 분야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을 목격한 것은 참 의외의 일이었다. 읽기 힘든 고전을 여러 권 담아 놓은 책을 누가 얼마나 읽어줄까 하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젊은 시절의 이정표로 삼았던 고전들로부터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꺼내어, 그 자신과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물음 하나하나는 좀더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잠시의 성찰 뒤에 오는 은근한 상쾌함, 아마도 이 책의 독자들은 그런 기분을 공유했으리라. 



이런 책을 어떤 종류의 책이라고 말해야 할까. 어디선가 본것 같기도 하고, 처음 접해보는 것 같기도 하다. 단순히 서평을 적어 놓은 책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의 후기를 빌었다.  


"청년 시절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시대도 변하고 나도 나이가 들었으니 그때와는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나이 50을 넘겼지만 아직도 살날이 많이 남은 만큼, 제대로 인생을 살아가려면 더 공부하고 더 배워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죄와 벌]을 집어 들었다고 한다. 긴 세월이 지나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음으로써 과거의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것은 흥미롭고 놀라운 체험이었으며, 다른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비록 소개된 작품들은 거의 읽지 못 했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니 그의 기분을 조금은 알것 같다. 


[인구론]을 통해 맬서스가 '<어떤 사람들>이 마음 속으로는 진리라고 생각하지만 도덕적 비난이 두려워 차마 말 못하는 견해'를 얼마나 단순명쾌하게 제시 했는지를 이야기하고, 


[광장]을 통해 소설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릴만한 감성이 아직 남아있음을 느끼며, 



[유한계급론]을 통해서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 하고, 부자는 왜 더 부를 탐하는지 그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시원한 답을 제시해 준다. 그러면서도 진심으로 어느 특정 계급을 비난하지 않고 시종 담담한 관찰자의 자세로만 일관했던 작가 배블런의 철학과 인생까지도.


[진보와 빈곤]을 통해서는 "문명과 사회는 발전하는데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을 자기 일생의 사명으로 삼았던, 그리고 마침내 그 비밀을 밝혀냈던 헨리 조지의 진리 추구에 대한 위대한 집착을,


[카타리나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통해 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남의 머리로 생각한 것을 내 머리로 생각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역사는 무엇인가]를 통해 역사는 무엇이며 역사란 어떠해야 하는가, 그것을 받아들이며 필연적으로 드는 회의감이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그의 고전 독서에는 분명 어떤 경향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것을 사상적인 성향과 연관짓는 것은 각자의 자유이겠으나, 좀더 넓은 관점에서 이 14권의 고전들, 그리고 그 작가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그리고 나서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단어는 바로 '진리''였다. 저자의 말처럼, 정말로 사람들은 진리보다는 이익을 중시할까?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도, 이 명제는 참인 것 같다. 그렇다고 어느 것이 더 가치가 있고, 그것이 선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다만, 진리를 알고 그것을 따르고자 하는 것도 역시 인간의 한 본능이 아닐지.


[죄와 벌]의 도스토옙스키부터 [역사란 무엇인가]의 E.H.카에 이르기까지, 항상 그 고전들의 뒤에는 이 세상의 근본적인 진리와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인간의  용기와 노력이 있었다. 시대와 여건에 개의치 않고 놀라운 집념으로 그 일을 해냈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절실한 메시지, 그것이 바로 고전이 아닌가 한다. 그렇기에 고전은 아름답고 위대하며,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아서, 진리추구의 본능을 일깨워 주는 듯 하다.


그래, 진리가 아름다운 것은 그걸 실현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일지도 몰라. 행하기 쉬운 진리에는 매력이 없는 거야. 그러니까 '근본적 변화'가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그 자체가 멋지기도 하지만, 실패하고 좌절하면서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서려는 '진리의 벗'들, 그들의 몸부림이 아름다워서일지 몰라. - 본문 267p 중 -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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