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속도를 말로 표현하자면, '헐렁했던 교복이 딱 맞는, 그리고 어느새 작아져 있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시간은 그렇다. 빨리 올 필요도 없는데, 빨리 갈 필요도 없는데 그렇게 빠르기만 하다.
태풍처럼 몰아치는 시간 아래서, 너를 알고 지낸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내가엊그제 너와 했다고 믿었던 일들은 이미 다른 이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힌 지 오래다. 얼마 전에는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을 맞추려, 예전에 쓰던 핸드폰을 뒤적였다. 메시지부터, SNS, 사진까지 그 양이 너무 많아서 온종일 읽어도 며칠은 걸렸던 것 같다.
미련과 추억 사이를 뒤적이던 어느 저녁에도 너에게 문자가 왔다. 너는 멀리서 나를 보고 있는지, 내가 너를 생각할 때마다 내게 연락을 한다. 흠칫 놀라서 나도 모르게 주변을 훑었다. 네가 여기서 나를 보고 있을 리가 없는데, 본다고 한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을 텐데 참 단순하고 바보 같은 몸짓이었다. 멋쩍은 듯 잠깐 웃음을 보인 나는 감히 우리를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너와 주고받은 수많은 말과 글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완전했던 서로를 상대방의 불완전함으로 채웠고, 그렇게 우리는 커다랗고 온전한 불완전함이 되었다. 때때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지만, 그러면서 따뜻하게 있으니 불완전한 것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이 정도면 적당히 사랑이고 운명이지 않겠는가.
오늘 아침, 너를 떠올리며 있을 때도 주머니 속에서 옅은 진동이 울렸다. 몇 글자 되지도 않는 짧은 문자를 시시덕거리며 읽는데, 문득 싱그러운 분위기가 맴돌며 가슴께가 저릿해졌다. 너의 타이밍이 이토록 기가 막힌 것은 내가 항상 너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스쳐서였다.
유난스럽게 따스한 바람 때문에 체온이 잠깐 올랐다. 그래서 오늘은 웃으며 답장하기에, 또 사랑하기에 너무 벅차지 않은 딱 그 정도로만따듯한 날이다. 그래, 이렇게만 와라. 타이밍이야 내가 맞추면 그만이니까, 계속 이렇게만 와 줘라.
두서없는 글을 끝마치고 낯선 거리를 걷던 어느 날이었다. 욕심이 많으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데, 너와 있으려 애쓰는 내 꼴이 딱 그 모양새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감히 운명을, 사랑을 하려거든 누구나 이런 불안감에 흔들리기 마련이다.
잠깐 길가에 주저앉았다. 사랑이 완전한 사람의 것이라면 분명 우리에게 가당치 않다. 그런데 그때 또 너에게 전화가 왔다. 목소리로 전해지는 너의 감정이 때때로 해맑아서 나도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뱁새면 어떻고 황새면 어떤가. 몇 번이고 찢어발겨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 그건 또 어떤가. 그런대로 따뜻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먼지의 크기로 찢어졌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그래서 운명이고 사랑이라고 속삭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