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침대에 누워 잠이 조금씩 밀려올 때쯤이면, 터무니없는 생각 하나가 머릿속에 자리를 잡는다. 또 그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됐을 때쯤에는 또 다른 생각이 그 자리를 메꾸고, 그 생각마저 정리가 끝났을 때는 이미 동틀 녘이 되어있었다.
해가 뜨면 잠들 수 있느냐? 그것은 또 아니다.
지금부터는 더 고통스러운 생각의 과정이 시작된다. 일단 곁눈질로 시간을 확인하고 내가 몇 시간이나 잘 수 있을지 아무 의미 없는 계산을 해본다. 보통은 4시간 남짓이다. 계산이 끝난 후에는 깊은 잠에 빠질 수 있도록 머리를 편히 쉬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을 위해서는 생각을 비우자는 생각을 해야 하고, 또 생각을 비우자는 생각을 비우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을 해야 한다.
절대 끊을 수 없는 악의 고리가 시작되었다. 지금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도 생각이었고, 그 생각을 비우자는 생각도 결국에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보통은 이런 일련의 과정 뒤에 지쳐 쓰러지며 잠들기 마련인데, 커피를 많이 마시거나 하루를 너무 평온하게 보낸 날에는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생각을 비울 수 있는 걸까.
오늘도 잠자리에 누워 도무지 사그라지들지 않는 생각 속에서 아무 의미 없는 짧은 글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