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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주 Dec 26. 2018

우리의 마음 문에는 손잡이가 없다

아주 오래전 내가 살던 시골집에 '광'이라는 공간이 있었다. 오랜만에 꺼내보니 낯선 단어다. 부엌 옆에 위치해 있던 공간이었는데 튼튼한 수제 나무문에 반질반질 손때가 탄 나무 빗장이 걸린 문이었다. 이곳엔 여러 가지 잡종살이와 큼직큼직한 장독들이 여럿 있던 기억이 난다. 
 
한 번은 아이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 이곳에 갇힌 적이 있었다. 술래잡기 놀이하기 딱이었던 공간이었기에 자주 숨던 곳이었는데 친구가 밖에서 빗장을 잠가버린 것이다. 
 
숨죽여있다 한참 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숨어있을 때는 몰랐는데 문이 잠겼다는 사실을 안후로는 얼마나 답답하고 공포스럽고 불안했었는지 모른다. 친구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의 공포감이 어쩌면 내 안에 상처를 가득 안고도 꺼내지 못해 힘들었던 지난날의 감정들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문은 누군가 열어주고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의 문은 손잡이가 없다. 내가 열어야 한다. 그 누구도 꺼내줄 수 없다.
 
그 문을 열기까지 막상 마음을 글로 꺼내기 시작하려니 생각처럼 쉽진 않았다. 한 번에 내 과거 속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꺼내오기란 힘들었다. 정리가 필요했다.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돌아볼 여유와 시간도 필요했다.
하나씩 하나씩~    

“우리의 마음 문에는 손잡이가 없다. 
 내가 열어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쓰던 내 습관이 이젠 의식적으로 더 생각하고 더 꺼내기 위해 몸부림치며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을 오픈해야 했고 무엇보다 나를 먼저 꺼내야 했기에 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러나 글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알아가고 내 안에 있던 상처를 치유하면서 내가 그동안 했던 일중에 가장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쉽지 않으나 분명 나를 만나는 길이다. 수많은 글쓰기 책들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그 어떤 책을 읽더라도 직접적으로 글을 써보지 않는다면 절대 글쓰기에 대해 알 수 없고 글을 쓰면서 마음이 치유된다는 의미 또한 무색할 것이다. 어떤 지침서도 소용이 없다.
단지 보고 덮어버리는 종이에 불과하다.

마음을 꺼내는 글쓰기의 방법은 여럿 있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글쓰기,
용서의 마음을 드러내는 글쓰기, 
나만이 간직하고 싶은 일기 속 글쓰기,
쓰다 보면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
그리고 그렇게 쓰다 보면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도 써지게 된다.


정말 티 안 나게 1도씩 내가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다. 내 앞에 놓인 절망이나 괴로움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상처가 나를 힘들게 할지라도 절대 포기하거나 자책하거나 낙심하지않고 하나씩 꺼내어 지울 수만 있다면 서서히 그 안에 빛이 들어갈 것이다. 태양을 가리던 구름이 반드시 사라지는 것과 같이 말이다.
 
잠깐의 빛이 가려져 어둠이 와도 반드시 그 구름은 걷힌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힘들 때마다 그 힘든 마음을 꺼냈던 나처럼, 다 꺼내라. 자신의 생각과 마음은 글을 꺼내놨을 때 가장 잘 보이기 마련이다. 그 안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라. 내가 무엇을 제일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제일 잘하는지 말이다.
  
난 글을 쓰면서 내 삶이 나를 힘들게 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 삶이 내 미래에 얼마나 큰 용기와 발판을 만들어주었는지, 얼마나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잘 견뎌낸 나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내 삶에 속한 모든 것에 감사가 나온다. 
 
오늘 하루도!
지금 이순간도!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 되고 삶의 지혜가 되고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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