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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주 Jan 09. 2019

오늘도 난 기록한다.

첫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던 무렵 다시 다니게 되었던 회사, 내가 이 회사를 다닌 지도 벌써 10년째다. 10년이 된지도 모르게 참으로 바쁘게 지냈던 시간들이다. 바쁜 연말을 보내고 나니 어수선한 책상이 눈에 들어온다. 새해 들어 책상과 주변을 정리하면서 문득 그동안 업무일지로 썼던 수첩들이 눈에 들어왔다. 뽀얗게 쌓인 먼지도 툭툭 털어내고 잠시 눈길 주지 못했던 공간들을 돌아보았다.


한동안 시선이 멈추는 공간, 그곳에 10년간 기록했던 업무일지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정리하다 보니 새삼 그동안 내가 했던 일들의 흔적이 이리도 많았나 싶은 생각에 탁상위 작은 거울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는 얼굴을 괜스레 쳐다보게 된다.
 

한 권 두권 늘어나면서 써놓았던 숫자들, 그렇게 손때 묻은 수첩들은 들어가는 나이만큼 늘어나 있다. 그리고 각 수첩마다 써놓았던 날짜들까지~ 날짜를 써놓는 건 언제든지 저장된 데이터를 찾고 그 날짜에 작업한 내용에 대해서 한눈에, 한 번에 찾아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간 작업했던 작업물 저장창고! 작업물이 저장된 CD만도 300여 장이 훌쩍 넘어있다. 
참 많은 기록과 자료들을 만들어놓았다. 기록을 한다는 건 분명 기억되고 남는 일이고 좋은 습관이다. 만약 내가 그날그날 업무에 대해서 처리한 후 그것으로 끝났다면 분명 같은 일을 처리할 때나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애를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이런 기록의 습관 덕에 내 실수가 아님에도 끝까지 우기던 손님이 나의 기록과 증거물을 보고 나서야 꼬리를 내리고 사과를 한 적도 여럿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난 기록을 철저히 하고 증거를 남겨놓는 습관을 들였는지도 모르겠다.


기록보다 정확한 방법은 없다. 날짜와 작업물 내용, 사용된 종이와 그램수, 부수와 담당자 이름 그리고 연락처까지 모든 게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기록을 하다 보면 점점 더 자세히 기록하는 방법이 생기는 것 같다.


간혹 친구와 약속을 잡아놓고 기억하겠지 생각했다가 까마득히 잊어버려 친구들의 원성을 산적도 있다. 그래서일까 약속이든 예약이든 뭐든 적는 버릇을 들이다 보니 이젠 자연스레 습관이 되어 가장 좋은 비서 역할을 한다.

    

하루를 살아내고 그 삶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건 참 나다운 일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 그리고 그 일이 나에게 유익을 준다. 그래서 오늘도 난 기록한다. 
몇 년 후 꺼내볼 수 있는 과거가 될 오늘, 그 소중한 오늘을 건강하게 시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 수 있어 너무 좋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본다.
그리고 그 최선의 노력과 결과를 하나하나 기록해본다.
나답게, 나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너, 아주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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