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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an Sep 28. 2024

브랜드

4. 브랜드 아키텍처

브랜드가 난립하는 요즘입니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면 브랜드에 이름을 붙이고 디자인화하는 것이 마치 브랜딩의 시작처럼 여겨집니다. 기업 브랜드가 제품 브랜드명으로 같이 쓰이기도 하고(cf. 동원참치), 여러 제품을 묶는 카테고리/마스터 브랜드가 존재하기도 하죠(cf. Samsung Galaxy). 그와 관계없이 각 브랜드들의 독자생존을 택하는 경우(cf. P&G)도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브랜드 운영 전략은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브랜드 개수의 확대는 투자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브랜드의 통합은 개별 제품 아이덴티티의 이질성 극복 과제가 남죠. 기업 내부의 조직 이슈와도 연결됩니다. 브랜드의 통합과 분리는 제품의 개발, 운영, 관리 조직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브랜드 운영 전략은 브랜드 아키텍처(Architecture)를 잡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사례 1. 현대자동차와 BMW


현대자동차는 개별 모델들에 개별 브랜드명을 붙입니다. 아반떼, 소나타, 그랜저로 이어지는 세단 라인업이 있고,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와 같은 SUV도 있습니다. 제네시스라는 별도의 럭셔리 라인업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BMW는 개별 브랜드 체계가 아닙니다. 3,5,7과 같은 넘버링으로 체급을, i, d, e의 알파벳으로 파워크레인을 설명합니다. M과 같은 고성능 라인업을 두고, X는 SUV를 의미하죠.


두 브랜드는 목적으로 하는 타겟과 시장이 다릅니다. 현대는 Mass Market 브랜드입니다. 가격대뿐 아니라 자동차의 유형, 목적이 다양한 자동차를 생산합니다. 그랜저와 같은 고급 세단도 있지만 포터와 같은 상업용 트럭도 있죠. 버스도 만들고 SUV도 판매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기업 Top3는 토요차, 폭스바겐, 현대자동차입니다. 모두 Mass Market 브랜드죠. 브랜드 체계 역시 유사합니다. 모델별 독립 브랜드를 운영합니다. 다양한 차종으로 다양한 고객, 시장을 공략하는 만큼, 각 브랜드의 독립적 아이덴티티가 중요합니다. 신규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감내하며 독립 브랜드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만듭니다. 그랜저와 포터의 타겟은 다릅니다. 포터의 이미지가 그랜저에 투영될 이유도 없습니다.

BMW는 'Sheer Driving Pleasure'를 이야기합니다. 이전에는 'Ultimate Driving Machine'으로 정체성을 대변했죠. 전차종에 걸쳐 동일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녹여냅니다. 하나의 브랜드명은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갖습니다. 그 아이덴티티가 개별 제품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다면 별도의 브랜드를 운영할 필요가 없습니다. 비용을 낭비하는 일입니다. 母브랜드는 개별 제품을 정의하고, 각각의 제품은 母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합니다.  


현대자동차의 <현대 제네시스 글로벌 디자인 담당> 이상엽 부사장은 일각에서 논의되는 패밀리 디자인에 대해 현대의 디자인 전략을 'CHESS'로 정의했습니다.

체스는 폰, 룩, 나이트, 비숍, 퀸, 킹 각각의 말이 하나의 팀으로 상대와 마주합니다. 현대자동차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에 두고 그에 부합하는 각각의 말들을 별도의 브랜드로 운영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애써 패밀리 디자인을 일원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패밀리 디자인이 다양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대응치 못하는 디자인적 제한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염려합니다.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전략은 브랜드 운영 전략과 닿아있습니다. 개별 브랜드들의 명확한 포지셔닝을 기업 브랜드가 레거시 자동차 메이커로서 포용합니다.  



사례 2. 오리온과 마스


마스와 오리온의 중국 시장 견과바 제품 이미지


마스(Mars)는 켈로그, M&Ms, 프링글스, 스니커즈, 엑스트라와 같은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식품 기업입니다. 스니커즈라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초코바(Bar) 제품을 보유한 마스는 건강 트렌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바 제품을 기획합니다. 견과 함량을 높이고 단백질 성분을 추가한 제품군으로 'BE-KIND'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글로벌 네임입니다. 중국 시장에는 '缤善'으로 음차와 의역을 합친 이름을 덧붙입니다. '缤'은 '빈'으로 발음되어 'BE'와 연결시키고 '善'은 '싼'으로 발음되지만 'KIND'와 의미가 같습니다. 마스는 독립된 브랜드를 운영하는 체계를 가집니다.


오리온의 접근은 조금 다릅니다. 별도 브랜드 네임을 개발하기보다 母브랜드를 앞세웁니다. 기본 형태는 오리온 견과바(好丽友 坚果棒)입니다. 견과바(坚果棒)는 일반명사입니다. 오리온은 '견과바' 앞에 에너지(能量), 식이섬유(高纤), 고단백(高蛋白)의 이름을 붙입니다. 모두 일반명사죠. 고유의 브랜드명이 아니기에 이름에 대한 권리를 소유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에겐 직관적입니다. 오리온에서 만든 견과바 제품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동일 카테고리의 제품이지만 두 회사의 브랜드 운영 전략은 상이합니다. 브랜드 아키텍처가 다릅니다. 마스는 자금력을 앞세워 비카인드(BE-KIND) 브랜드에 막대한 투자를 합니다. 오리온은 마스에 비하면 너무나 영세하죠. 보다 효율적인 접근을 택합니다. 중국시장에서 잘 다져놓은 母브랜드의 후광을 새로운 제품에 입힙니다.


브랜드의 보증전략입니다. 신규 브랜드의 런칭에 있어 상위 브랜드의 보증을 어느 강도로 할 것인지를 판단합니다. 마스는 기업명일 뿐 '브랜드'로서의 존재감은 약합니다. 오리온은 기업명 하오리요우(好丽友)가 베스트셀링 제품인 초코파이의 브랜드명(好丽友派)이기도 합니다. 하오리요우가 누적한 품질에 대한 신뢰, 안전, 맛의 긍정적 자산을 새로운 제품에 투영할 수 있습니다.

보증전략은 비단 상위 브랜드의 영향력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하위 브랜드의 상위 브랜드에 대한 영향도 고려해야 합니다. 하위 브랜드의 부정적 요인이 상위 브랜드를 다치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그룹사 중에는 환경에 유해한 이미지를 가진 계열사의 경우 그룹명을 붙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룹 이미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판단입니다.

보증전략은 사실 복잡한 변수를 고려합니다. 사업적 연계성, 브랜드 이미지의 확장성, 타겟의 중첩성, 긍부정 이미지 자산, Risk Management 등 다양합니다. 변수가 기준점이 되고 이를 정성/정량적으로 평가하여 보증전략을 구체화합니다. 그 결과는 <삼성 비스포크>처럼 강력한 보증일 수 있고, <제네시스>처럼 무보증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존과 AWS(아마존 웹 서비스)>의 관계처럼 그래픽 모티프만으로 약한 보증의 관계를 가져가기도 합니다.

보증전략은 향후 사업전략과도 연계되기에 충분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합니다.



사례 3. 아이폰과 엔비디아


최근 런칭한 아이폰 16의 브랜드명은 아래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애플 - 아이폰 - 16 - 프로 - 맥스

기업 브랜드 - 카테고리 브랜드 - 시리즈 넘버 - 디스크립터 1(성능) - 디스크립터 2(크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제품명은 이렇습니다.


Nvidia - Geforce - RTX - 30 - 80 - Ti

기업 브랜드 - 카테고리 브랜드 - 서브 브랜드 - 시리즈 넘버 - 디스크립터 1(공정) - 디스크립터 2(성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일수록 브랜드명은 복잡합니다. 날로 발전하는 기술을 담기 위해 시대를 구분하는 시리즈명과 성능, 크기, 라인을 설명하는 디스크립션이 구체적으로 붙습니다. 숫자는 보통 점점 커지고 소비자들은 숫자가 클수록 최신의, 더 나은 성능의 제품으로 이해합니다.

브랜드 아키텍처의 체계는 위와 같이 일정한 로직이 필요합니다. 동일한 체계 하에서 소비자와 고객들의 혼란은 최소화됩니다.


아이폰의 작명은 아이폰3G, 아이폰3GS로 시작했습니다. S는 후속모델, 개량된 버전을 의미했습니다. 어느 순간 S는 사라집니다. 아이폰 6는 6 플러스와 함께 나왔고, SE라는 저가형 모델도 등장합니다. 이어서 아이폰 X에 이르러선 X와 XS, XR, XS MAX가 혼재하며 소비자들을 혼돈 속에 몰아넣었죠. 이어 11부터는 프로와 프로맥스가 등장하고, 지금에 이르러 16, 16 플러스, 16프로, 16프로 맥스 4개의 라인업으로 정리됩니다.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그럼에도 애플이 의도했던 브랜드 체계의 로직은 읽을 수 있습니다. 플러스나 맥스는 사이즈를, 프로는 성능을 시사합니다. 성능을 설명하는 디스크립션이 사이즈의 디스크립션 앞에 위치하는 것도 의도된 로직입니다.


브랜드의 명명체계는 그 자체가 아키텍처로서 기능합니다. 연속적인 기술 발전의 환경에서 현재 브랜드의 위치와 지향점을 담습니다.  






B2C건 B2B 기업이건 브랜드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서인지, 브랜드가 하나 둘 쌓여선 체계가 복잡해진 경우를 흔히 봅니다. 애초 브랜드 운영 전략이 부재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사업 전략을 우선시하다 보니 새로운 제품, 서비스에 그때그때 브랜드 네임을 지어 명명했던 결과입니다. 아키텍처가 명확지 않은 브랜드는 결국 아이덴티티가 흔들립니다. 하나의 브랜드가 포괄할 제품과 서비스의 영역을 분명히 하고, 브랜드 명명 체계를 구체화하여야 합니다. 보증체계 전략을 통해 상위-하위 브랜드 간의 간섭은 줄이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브랜드 아키텍처는 단순한 네임 체계가 아닙니다. 사업 전략과 맥을 같이 하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규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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