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육미(魚頭肉尾)라 했다.
살이 적은 생선의 머리는 인기가 없어 성어(成語)의 진의를 의심한다. 뼈가 연해 머리채 먹는 생선이라면 그 고소함을 반기겠으나 우리가 접하는 보통의 생선은 그렇지 않다. 머리와 볼에 붙은 약간의 살점이 희소성이라면 설명이 궁색하다. 몸통의 것과는 살짝 다른, 좀 더 쫄깃한 식감의 살이 독특함이라면 미식의 경지다. 보통의 혀를 가진 이에겐 여전히 설득이 어렵다. 결국 다시 몸통을 갈라선 뼈를 따라 늘어선 두툼한 살을 젓가락으로 헤집는다. 머리는 거들 뿐이라며 스스로 위로한다.
중국의 생선 용위(鳙鱼)는 대두어로 번역된다. 머리가 큰 생선이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분포하는 어종으로 우리나라에는 없다. 호수와 강에 서식하는 민물 생선이다. 민물 생선이지만 큰 것은 그 크기가 1m에 이른다. 몸집도 큰데, 딸린 머리도 크니 하나의 머리로 둘 셋이 먹을만하다. 팡토우위(胖头鱼)라고도 부른다. 살찐 머리 생선, 그만큼 머리와 목까지 살이 두툼하다. 이제야 어두육미는 설득력을 갖는다.
음식의 이름 그대로 생선의 머리에 잘게 썬 고추를 얹었다. 고추기름을 베이스로한 자작한 국물이 밑에 깔리고, 통으로 쪄낸 생선 머리 위엔 고추가 가득하다. 홍(紅)고추만으로 맛을 내거나 청(靑)과 홍(紅) 두 가지 고추로 색도 맛에도 재미를 더한다. 알싸하게 매콤한 맛이 담백하고 달달한 생선의 살과 닿았다. 그 살도 통통하니 과하게 맵지 않다. 목과 정수리, 볼과 눈 옆의 살은 질감이 달라 각각의 식감이 재미있다. 부드럽게 풀어지기도, 쫄깃하게 씹히기도, 흐물거리며 넘어가기도 한다. 살만 골라 먹기도 하지만, 발라낸 살은 다시 자작한 국물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다.
생선의 머리에 뼈가 드러날 즘이면 면을 더한다. 고추의 향을 듬뿍 머금은 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다. 집마다 다른 굵기의 면을 내어 놓는데, 보통은 우리의 소면보다 살짝 두껍다. 진득한 식감의 면이다. 후루룩 면을 당겨 먹을 때면 고추의 매운 향이 목구멍을 친다. 매운 기침을 뱉는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끊어 먹어야 맛있다. 매콤한 국물을 머금은 국수가 입안을 가득 채우면 이것만 별도의 메뉴로 팔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칼칼하면서도 비벼먹는 것과 달라 목이 메지 않는다.
가득한 고추는 이 음식이 후난요리(湖南菜)임을 말한다. 우리에겐 쓰촨요리(四川菜)가 매운 중국 음식의 대명사처럼 되어있지만, 후난 사람들이 들으면 울분을 토할 말이다. 마오쩌둥(毛泽东)은 매운 맛을 모르면 혁명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 마오쩌둥은 후난사람이다. 쓰촨요리가 고추와 산초(花椒)로 매운 맛을 내는 반면, 후난요리는 고추 하나로 맛을 다한다. 쓰촨요리는 얼얼하게 맵고, 후난요리는 알싸하게 맵다. 얼얼한 산초를 쓰는지의 여부가 두 지역 매운 맛을 가른다.
매운 맛을 즐기는 우리에게도 산초는 호불호가 갈린다. 그저 중국의 매운 음식을 찾는다면 후난요리를 권한다. 길을 걷다 마땅한 식당이 없다면, 어디를 가야할지 모르겠다면 湘菜(샹차이)라 쓰여있는 간판을 찾는다. 언제나 기본은 한다. 湘은 湖南(후난성)을 축약하여 부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