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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 辣子鸡_라즈지

by K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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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디 붉은 고추가 가득하다.
고추 사이사이 잘게 썬 닭이 숨어 있다. 그 크기가 사뭇 작은데다 순살도 아니다. 뼈, 물렁뼈를 발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라즈지(辣子鸡)는 그 번거로움을 즐기는 음식이다.

조각조각 작은 닭 튀김은 매운 양념을 고스란히 입었다. 맵기도 매울 뿐더러 다소 짭짤하기까지 하여 간이 쎄다. 붙어있는 뼈 덕에 그 하나하나를 입에 넣어 살을 발라내려니 양념이 온전히 입술과 혀에 닿는다.
바삭한 튀김옷과 매운 양념, 약간의 살이 주는 쾌감은 그래서 중독적이다. 음용의 불편함이 오기로 번져 알싸한 매운 맛을 탐닉하듯 찾는다. 뼈와 함께 잘게 썬 닭은 먹기 어려운 게나 새우, 가시가 많은 생선처럼 음용의 귀찮음과 공로를 맛과 바꿨다. 우리의 치킨처럼 큰 조각 조각을 쓰지 않는 이유다. 닭의 살이 아닌 피와 튀김옷을 즐기는 음식이다. 크게 썰어낸 닭튀김에 동일한 양념이라면 그 만큼의 매력이 없으리라 먹으며 깨닫는다.

산처럼 쌓인 고추 속 그 크기 마저 작은데다 얼마 되지도 않는 닭의 살은, 배신감으로 찾아와 중독적 매운 맛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 맛을 잊을까 다시 고추를 해집는 젖가락은 연인을 생각하는 갈증처럼 다급하다. 적은 양과 번거로움을, 그럼에도 그를 찾는 나를, 욕하며 먹는다.

라즈지는 맥주 안주다. 밥만 먹기엔 아쉽다. 화끈하게 매운 맛의 치킨은 자연히 맥주를 부른다. 한 모금씩의 박자에 맞춰, 하나하나 천천히 발라내어 먹어도 좋으니, 마음은 덜 조급하다. 역시 '치킨엔 맥주'고 술은 호기를 불러 여유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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