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 清香荷叶饭_허예판

한여름 호숫가엔 연꽃이 만발한다.

수면 가득한 연꽃을 구경하려 고금의 황제들은 배를 띄웠고, 같은 호수에 지금은 만백성이 몰려든다. 베이징 위엔밍위엔(圆明园)은 그 절반의 면적을 연꽃에 내어줬고, 이허위엔(颐和园)과 베이하이(北海)에서도 연꽃은 한여름의 상징이다.

연꽃은 불교와 연이 깊다. 진흙 속 꽃을 피우는 청정함, 꽃과 열매를 동시에 맺는 상징성, 특유의 고상한 기품이 원인이다. 석가모니가 그 꽃을 꺾고, 밟고, 앉은 일화까지 더해지며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일상에 배어든 불교의 흔적 때문인지 연꽃은 중국에서 더 보편적이다.

연꽃의 뿌리, 연근은 주된 음식 재료다. 볶음, 찜, 튀김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즐긴다. 특유의 식감과 모양이 주는 맛과 재미가 있다. 연꽃의 씨 연자육은 견과와 같은 위치의 간식이자 약재로 쓰인다. 연잎도 유용하다. 그래서 연(蓮)은 버릴 것이 없다고 한다.

연잎(荷叶)으로 밥을 싸선 쪄냈다. 쌀과 함께 고기와 밤, 마와 같은 야채가 소로 들어가기도 한다. 짙은 옥빛의 연잎이 느슨하게 풀어진 찰진 쌀밥을 품었다. 허예판(荷叶饭, 연잎 밥) 또는 허빠오판(荷包饭, 연으로 싼 밥)이라 한다. 언뜻 종즈(粽子)와도 닮았다. 단오절에 즐겨먹는 종즈는 대나무잎, 갈대잎으로 찹쌀을 싸 쪄낸 음식이다.

허예판은 광동성(广东省) 음식이다.

명말 청초의 학자 취다쥔(屈大均)은 '동관(东莞)지역, 쌀과 물고기의 살을 연잎에 싸 쪄낸 요리가 있는데, 겉과 속이 상통해 그 향이 향긋하다(东莞以香米杂鱼肉诸味包荷叶蒸之，表里香透，名曰荷包饭)'고 적었다. 허예판은 연잎의 향을 같이 먹는 음식이다.

광동성 주강(珠江) 삼각주 지역의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