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할 말이 많은 음식이다.
종류도 많고, 먹어본 이도 많다. 먹어본 식당, 종류에 따라 맛의 감흥도 기호도 다르다.
훠궈(火锅)는 탕을 끓여내는(火) 용기, 솥(锅)을 말한다.
정확히 음식의 이름은 아니다. 그 솥에 어떤 탕을 끓여내는지, 어떤 재료를 넣어 먹는지에 따라 종류는 천차만별 늘어난다.
솥에 탕을 끓여 취향껏 재료를 넣어 건져먹는, 여럿이 하나의 솥을 공유하는 모습은 다른 중국 요리와 비교해 낯설다. 그래서 혹자는 그 유래를 몽고 지역에서 찾기도 하나 사실이 아니다. 전국시대부터 있었고 송대(宋代)에는 이미 민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요리였다 전한다. 국물을 끓여 재료를 익혀 건저 먹는 방식만으로 이해한다면 고금의 시대부터 시작되었다해도 설득력은 있다.
넣어먹는 재료야 개인의 취향이니 채소, 고기, 해산물부터, 오리피, 내장, 돼지의 뇌에 이르기까지 다양함은 물론이고, 면도 더하자면 주식까지 해결된다. 입탕(入汤)할 날 것의 재료가 그대로 식탁에 오르니 그 신선도도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왠지 건강한 음식을 먹는 듯한 착각에 거하게 먹을 한끼를 변명한다.
유명세로야 총칭마라훠궈(重庆麻辣火锅)가 으뜸이다.
얼얼한(麻) 매운맛(辣)을 즐기는 이들은 가히 신봉할 음식이다. 쓰촨(四川)지역 고추와 산초가 맛의 주역이다. 시뻘건 국물이 펄펄끓고 있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땀이 흐른다. 무더운 여름 총칭(重庆)에선 상의를 탈의한 남자들이 땀을 흘리며 훠궈를 먹는다. 마라훠궈안에서도 매운맛의 정도와 탕 속 재료에 따라 그 종류가 다시 나뉜다. 어떤 이는 이미 시뻘건 국물에 고추를 추가하기도 하는데 보는 내가 괜히 걱정이다. 마라훠궈의 장(酱)은 참기름장이 기본이다. 다진 마늘과 참기름, 약간의 초(醋)를 섞어낸 장에 마라향을 듬뿍 머금은 야채, 고기를 찍어 먹는다. 기름질 듯 하지만 아니다. 참기름은 마라본연의 향을 배가하고, 마늘과 초는 그 느끼함을 상쇄한다. 절묘한 조합이다. 마라훠궈는 충칭, 쓰촨 지역을 넘어 이미 대세다. 전국적 프랜차이즈 식당(海底捞)은 연매출 3조원에 육박하며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전 세계적인 매운맛의 트랜드는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윈난(云南)식 훠궈는 버섯이 주(主)가 된다. 은은하면서 맑은 빛깔의 탕은 버섯 특유의 향이 진하되 향기롭다. 입탕할 재료야 크게 다를 것 없지만, 버섯의 종류가 압도적으로 많다. 윈난성의 야생 버섯은 지역의 특산물이어서, 종류도 모양도 제가끔이다. 그 중 희귀한 것은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익숙치 않은 버섯에 손님이 초조할까, 식당에선 익혀 먹는 시간을 알려준다. 조그만 알람 시계가 버섯과 같이 식탁에 오른다. 버섯은 그 품종에 따라 맛과 향의 차이도 있지만 식감의 차이가 우선이다. 크기와 형태, 조직의 질감, 밀도에 따라 입은 호사다. 버섯이 '균(菌)'임을 그 식감으로 이해한다.
총칭, 윈난을 필두로 광동식, 몽고식 등 훠궈의 종류는 다양하다. 베이징의 솬양로우(涮羊肉)* 역시 궈(锅)의 모양이 다를 뿐, 훠궈의 한 갈래로 봐도 무방하다. 최근엔 토마토나 카레 베이스의 탕도 호기심을 끈다. 윈엔양궈(鸳鸯锅)라하여 두 가지의 탕을 하나의 솥(锅)에 즐김은 물론이다. 탕의 종류야 어떻든 그 안에 재료를 넣고, 익기를 기다리고, 건저내어 취향껏 준비한 장(소스)에 찍어먹는 방법은 같다. 같은 솥을 쓰지만 재료와 소스는 개인의 취향이니, 훠궈는 같이하기에도, 개인적으로도 나무랄데가 없다.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혹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는 부분은 탕에 재료를 넣는 순서와 양이다. 개인이 먹을 것을 순서대로 소량을 넣을 것인지, 다양하고 많은 재료를 한꺼번에 넣어 다 같이 건져먹을 것인지는 의견이 갈린다. 전자는 재료 본연의 맛을 말하고, 후자는 재료에서 베어나올 육수, 탕을 강조한다. 탕수육을 먹음에 찍먹(소스를 찍어먹는)과 부먹(부어 먹는)의 논쟁과 같다. 별거 아닌 듯한 쟁의 속에 자기 미뢰의 예민함을 자랑하는 으쓱함이 있다.
* 涮羊肉 : 우리의 신선로와 유사하게 가운데 기둥이 있어, 그 안에 불을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