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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 兰州牛肉拉面_란저우라몐

by Kwan


깐수성(甘肃省)은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다.


시안(西安)에서 출발하지만 중원을 벗어난 고된 여정의 시작은 깐수성부터였다. 그 성의 성도 란저우(兰州)의 이름을 딴 면요리는 중국 10대 면요리 중 하나다. 이름도 '라면'이다.


우리에겐 간편식의 이름이지만, 라면은 면의 제조방법을 말한다. 손으로 당기고 늘려(拉) 뽑은 면(面)이다. 그렇게 뽑은 면을 소고기와 소뼈로 우려낸 국물에 말아 먹는다. 대략 2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면요리로, 지금의 형태는 천웨이징(陈维精)을 통해 특정되었다 전한다.


란저우라몐은 이래야 한다.


一清二白三红四绿五黄


一清 : 하나, 좋은 소로 우려낸 맑은(清) 국물

二白 : 둘, 시원한 맛을 더하는 흰색(白)의 무

三红 : 셋, 매콤한 붉은(红) 고추기름

四绿 : 넷, 향을 더하는 고수와 마늘종의 녹(绿)

五黄 : 다섯, 늘려 뽑은 탱탱한 면의 노란(黄) 빛깔


5가지 재료가 바탕이 된, 5가지 색의 면이다.


익힌 면을 우려놓은 국물에 말아, 야채와 고추기름을 고명삼아 내어놓는다. 기다림이 적다. 주문하고, 빠르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면요리다. 대단할 것도 없는 맛이면서, 먹을 수록 당기는 감칠맛이 있다. 국물 속 각각의 재료는 본연의 맛을 다한다. 뜨끈하고 든든한 서민적 패스트푸드다.


5가지 색을 먼저 눈에 담는다. 맑은 탕을 들이키면, 고기의 육향과 무가 어우러진 시원함이 낯설지 않다. 젓가락으로 휘저으면 고추기름이 풀어져 맑은 탕의 국물과 섞인다. 살짝 얼얼한 향이 퍼진다. 면은 뽑아낸 방식대로 탱글하여 잔잔히 씹는 재미가 있다. 그 굵기와 재료에 따라 선택이 가능한데, 따콴(大宽)과 같은 넓적한 면을 고른다면 우리의 수제비와 같은 식감은 덤이다. 넓은 면의 면적이 혀와 입천장 사이를 만족할 만큼 덮는다. 괜한 풍족함이 밀려올 즘 이와 혀로 으깨듯 씹어 넘기는 재미가 있다. 면을 먹는 중간중간 국물 속 몇 점의 고기는 고소함을 더한다. 얇게 뜨거나 깍두기같은 형태로 식당마다 썰어 넣은 모습은 다르지만 크기가 사뭇 작고 오래 끓여 질기지 않음은 같다. 잘게 썰어 네모진 무는 담백함을 추가한다. 국물을 잔뜩 머금었음에도 본연의 수수한 맛이 풀어지듯 사라진다. 탕, 면, 고기, 무가 어우러져 각각의 맛과 식감으로 풍미를 완성한다.


면의 시작 자체가 뜨거운 국물을 같이 먹고자 함임을 들었다. 목을 치는 면의 식감이나 후루룩하는 소리까지. 면에 대한 예찬은 많고 흔해졌지만, 면은 밥과 같아, 국물이, 양념이 같이 하지 못하면 힘을 잃는다. 란저우라몐은 면도 국물도 한 그릇에 풍족히 잘 담아냈다.


음식의 고향 란저우는 중국의 서북부에 위치한다. 춥고, 건조하고, 척박한 땅이다. 란저우의 라면은 그 고장이어야 어울린다. 10위안(한화 1,700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에, 육수를 우려낸 국물과 잘 뽑아낸 면, 화려하지 않은 재료들이 뜨끈하게 한데 담겨나와 속을 채운다. 국밥이 우리의 패스트푸드였다면 밥 대신 면을 말아낸 라면이 란저우에서 유사한 자리에 있다.


* 중국 10대 면요리 : 兰州牛肉拉面, 山西刀削面, 河南烩面, 四川担担面, 北京炸酱面, 武汉热干面, 昆山奥灶面, 镇江锅盖面, 杭州片儿川, 吉林延边冷面

(中国商务部, 中国饭店协会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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