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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 刀削面_따오샤오몐

by Kwan

몽고족이 중원에 내려와 청(清)을 세웠다.


소수의 작은 나라가 압도적 다수의 큰 나라를 집어 삼켰으니 겁이 날만하다.


각 가호(家戶)의 무기가 될만한 가재도구를 압수했다. 칼도 포함됐다. 요리용 칼은 10가구당 1개를 몽고인의 집에 두고 빌려쓰게 했다. 식사시간마다 줄을 섰을테니 그 난리를 짐작할만하다.


면을 주식으로 했던 산시(山西)성의 사람들은 칼이 없어 면을 자르지 못했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커다란 밀가루 반죽을 얇은 철날로 쳐내어 솥에 넣었다. 다소 두툼하고 넓적한, 상대적으로 짧은 면이 나왔다. 따오샤오멘(刀削面)이다.


이야기의 주제는 몽고족의 압제가 아니다. 산시성 사람들의 면사랑을 대변하는 음식의 유래다. 먹고 싶은 마음은 아는 맛일수록 더하여 기억을 비집고 올라온다. 식욕이 모든 욕망의 으뜸이다. 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다(上有政策下有对策).


면이 주인공이다.


맛은 탕과 양념에 따라 수없이 갈린다. 볶음면처럼 자작한 국물에도, 맑거나 걸죽한 국물에도 말아 먹는다. 돼지나 소고기를 넣기도 하고, 볶은 가지와 토마토, 계란과 같이 내기도 한다. 어떤 양념, 재료와도 어울리는 면이다.


면을 입에 넣으면,


外滑内筋

软而不粘

越嚼越香


겉은 매끄러우면서도 안은 쫄깃한,

부드럽지만 끈적이지 않고,

씹을수록 고소한 향이 번진다.


기계에서 뽑아낸 듯 반듯, 정직하지 않은 모양은 투박할지언정 식감에 재미를 더한다. 면인 듯 면이 아닌 듯한, 두툼하고 넓은 면이 주는 풍족한 식감, 미끌거리며 입안을 돌아다니는 면의 특질은 먹는 즐거움을 배가 한다.


그 옛날, 차오르는 식욕에 고안한 대책(对策)이 중국 10대 면요리가 되었다.


역사는 늘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흔적을 남긴다. 몽고족에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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