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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an Aug 31. 2024

마케팅

7. 채널(2)

이커머스는 리테일 비즈니스의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를 바꾸었고, 마케팅의 업무 역시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관리해야 하는 채널이 늘어난 것이 아닌, 소비자 구매 여정의 변화에 따라 마케팅의 역할도 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오프라인 상권 붕괴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력 저하라는 해석은 다소 비겁해 보입니다. 문제의 원인을 드러난 결과에서 찾으며, 경기가 좋아지면 나아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희망을 낳습니다. 로드샵의 위기는 팬데믹 이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중소 잡화 브랜드가 몰려있던 이대 상권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었고, 가로수길에 입성했던 유명 브랜드 매장들도 상황을 낙관하지 못했습니다. 이마트의 현시점 주가(62,000원)는 2018년 정점 대비 20% 수준입니다. 아모레 화장품 오프라인 가맹점은 2019년 2,257개에서 2023년 700개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팬데믹을 탓하기엔 지난 시간이 이미 짧지 않고, 앞으로의 전망도 비관적입니다.


원인은 이커머스입니다. 유통의 중심이 이동했고, 소비자들의 행태가 바뀌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경하며 스마트폰으로 가격 검색을 하는 모습은 이제 일상입니다. 팝업스토어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제품의 진열보다 소비자의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매장 디자인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체험'과 '구매'의 채널이 분리되었습니다.

가격 비교의 용이성과 배송의 편리성은 이커머스 채널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싸게', '빠르게'라는 구매의 핵심 가치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이커머스를 당해낼 수 없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시도하는 옴니채널 전략은 결국 체험과 구매의 채널 이원화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오프라인 점포를 체험 중심 매장으로 돌리고, 자사의 구매 쇼핑몰로 연결 짓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그 반대일 수도 있죠.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하거나 배송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무엇이건 '판매점'이었던 오프라인 점포의 위치가 무색해진 건 사실입니다.


대신, 제품의 '홍보'와 '구매' 채널은 합쳐졌습니다.

이커머스의 매출은 어찌 보면 단순합니다.


*GMV(Gross Merchandise Volume) = 노출 X 전환율 X 객단가


광고 노출을 만들고, 그를 통해 고객을 유인하고(제품 페이지 랜딩), 구매로 전환하는 과정을 매끄럽게 이을 수 있습니다. 제품의 인지 제고 - 흥미 유도 - 검색과 비교 - 유인책 제공(쿠폰, 프로모션) - 구매 - 반품 - CRM까지가 디지털의 공간에서는 유연합니다.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전 과정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서로 다른 플랫폼을 오갈 수도 있지만, 그 장벽은 낮습니다.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 인플루언서 마케팅, 소셜미디어 운영, 퍼포먼스 마케팅, 이벤트 프로모션과 고객 반응 리서치까지의 일들입니다. 모두 마케터의 업무입니다.


그래서 이커머스는 '브랜드커머스(Brand-commerce)'라는 이름도 갖습니다. 단순한 거래 플랫폼을 넘어 브랜드를 알리고 관리하는 플랫폼으로의 역할까지를 포괄합니다.


이제 이커머스 플랫폼에 브랜드사가 직접 입주합니다.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입점사는 이미 2,500개를 넘어섰습니다. 이커머스사의 직매입과 판매대행사를 통해 제품을 팔고 있음에도 별도의 브랜드스토어/샵을 엽니다. 고객과 직접 맞닿을 수 있는 창구를 만듭니다. 보다 많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정제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기준 가격을 제시하며 가격 컨트롤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피드백에 대한 대응도 빨라지고 맞춤형 제품을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의 팬을 모으고, 브랜드를 홍보하는 장이 됩니다.


보다 적극적인 기업은 직접 D2C(Direct to Customer)로 뛰어듭니다. 나이키는 아마존 떠났었습니다. 직접 전용 온라인샵을 통해 판매하였죠. 배송과 반품, 재고관리의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직접 소비자를 만나고,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를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함입니다. 섣부르고 다소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다시 아마존을 포함한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과의 협력으로 회귀하고 있지만* 소비자를 직접 만나 소통하고자 하는 니즈는 변치 않을 겁니다. 삼성도 D2C에 적극적입니다. 삼성닷컴을 통해 제품을 직접 판매하고 프로모션을 하고, 한정판을 내어놓고 있습니다. 고객의 취향을 바탕으로 제품을 추천하고, 구매 내역을 바탕으로 연관 제품을 소개합니다. 다양한 제품군을 엮는 서비스를 통해 락인(Lock-in)을 바라는 행보입니다.


Nike 공식 온라인 스토어


라이브커머스는 이미 거대한 시장입니다. 우리나라는 3조 원 정도로 아직은 미약하지만, 중국은 800조 원을 넘겼습니다. 루이뷔통 같은 럭셔리 브랜드도 라이브커머스에 동참했죠.

小红书 - 루이뷔통 라이브커머스 화면


라이브커머스는 인플루언서를 통한 제품의 광고, 설명(Sales Talk), 질의응답, 쿠폰제공, 구매까지를 한 번의 방송에 모두 담습니다. 제품에 대한 이해는 물론, 고객 니즈 분석, 경쟁사와의 차별점과 가격 정책, 프로모션까지를 포괄하니, 마케팅과 영업과 CRM 담당이 한데 모여 만들어내는 콘텐츠이자 판매채널인 셈입니다.   

브랜드스토어, D2C, 라이브커머스의 흐름은 모두 '브랜드커머스'로의 이커머스를 대변합니다. 이커머스는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닌 브랜드 채널입니다. 그래서 마케팅의 역할은 또 늘어났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어떻게 제품을 소개할 것인지, 컨셉을 뽑고 셀링포인트를 정리해야 합니다. 페이지의 Look & Feel을 정하고 UX/UI의 가이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가격의 기준을 설정하고 프로모션을 기획해야 합니다. 고객의 데이터와 피드백을 수렴하여 분석하고 고객 만족을 위한 CRM에 관여해야 합니다. 고객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품 뉴스를 더해야 합니다. 이커머스 플랫폼을 넘어 다양한 소셜미디어와 협업하고, 콘텐츠를 배포하여 새로운 고객을 유인해야 합니다. 다른 온-오프라인 채널과의 가격 간섭은 없는지, 고객 여정 상 허들은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이 어마어마해졌습니다. 한 번에 모두를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나씩. 꾸준히. 마케팅의 역할은 그렇게 또 바뀌어갑니다.



* 나이키는 최근 아마존으로의 복귀를 공식화했습니다. 유통채널을 한순간에 D2C로 한정했던 전략은 다소 무모했습니다. 나이키가 빠진 자리를 다른 경쟁사들이 매꾸었습니다. 수십년 유통사와의 관계를 통한 막강한 판매 채널은 나이키의 자산이었습니다. 나이키는 스스로 너무 갑작스레 자신의 채널 자산을 경쟁사에 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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